구본능, 그룹사 정리 속도…'구광모 상속소송' 측면 지원 분석도 [시그널]

2025-05-11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알짜인 희성피엠텍 매각을 타진하는 것은 그룹사 정리 차원과 함께 상속 분쟁 중인 구광모 회장을 측면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양자로 입적한 구광모 회장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등 세 모녀(김영식 여사, 구연수 씨)와 상속재산을 두고 민사소송 중이다. 구광모 회장은 모녀 측 지분 일부를 사들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데 약 300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구본능 회장은 본인 대에서 그룹사를 순차적으로 정리할 방침이다. LG가(家)는 장자 승계 전통을 잇고 있는데 구본능 회장에게는 딸인 구연서 씨뿐이며 그룹사 승계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구본능 회장은 2017년부터 막냇동생인 구본식 LT그룹 회장에게 LT정밀(옛 희성정밀), LT메탈(옛 희성금속), LT삼보(옛 삼보이엔씨), LT소재(옛 희성소재) 등 계열사를 잇달아 매각했다. 세간에서는 형제간 계열 분리 정도로 해석했지만 속사정은 유일한 아들인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보내며 본인 대에서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뜻을 세웠다는 게 유력한 해석이다.

희성피엠텍 매각도 큰 틀에서는 그룹사 정리 차원의 작업으로 풀이된다. 공교롭게도 구광모 회장이 세 모녀와 2조 원대 상속 소송 1심을 진행하며 현금이 필요해졌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매각 속도를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그룹을 지배하는 핵심 회사인 ㈜LG의 개인 최대주주는 구광모 회장(지난해 말 기준 15.6%)이다. 친부인 구본능 회장도 지분 3.0%를 들고 있다. 그러나 구연경 씨(2.9%)와 구연수 씨(0.7%) 등 구광모 회장 친인척 24명도 지분 약 22%를 각각 나눠 갖고 있다. 세 모녀가 승소하거나 친인척 일부가 이들을 지지하고 나서면 구광모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구광모 회장은 그룹 지배력 유지 목적에서 세 모녀가 들고 있는 지분 중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구연경 씨 지분(2.9%)을 사들이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9일 기준 LG의 시가총액은 10조 6493억 원으로 구연경 씨 지분 가치는 약 3100억 원에 달한다. 이르면 올해 1심 소송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추가적인 분쟁 확대를 막기 위해 구본능 회장이 희성피엠텍 매각으로 구광모 회장이 현금 3000억 원을 확보할 길을 터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기준 희성피엠텍 지분 80.1%는 희성촉매가 보유 중이고 잔여 지분인 19.9%는 현대차가 갖고 있다. 현대차는 희성피엠텍 주인이 바뀌더라도, 남은 지분을 동반 매각하지 않고 소수주주로 남을 계획이다. 희성촉매 지분은 독일 화학업체 바스프(BASF)가 50%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희성전자(37.99%), 구본능 회장(6.45%), 구광모 회장(5.56%)이 보유하고 있다. 다만 매각 대금이 곧장 주주인 구광모 회장에게 가지는 못한다. 우선 모회사인 희성촉매에 귀속된 뒤 이사회 특별결의를 통해 주주들에게 지분율대로 배당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구광모 회장은 희성피엠텍 매각으로 500억 원을, 추가적으로 희성촉매 지분(5.56%)을 처분해 2500억 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희성피엠텍은 2004년 미국 엥겔하드그룹 계열사인 희성엥겔하드와 일본 NECC(N.E. Chemcat Corporation), 현대차 합작사로 설립됐다. 국내 유일의 백금계 귀금속 회수 및 정제회사로 2011년 충남 당진에 신공장을 세워 현재까지 가동 중이다. 구체적으로 자동차 및 석유화학 폐촉매, 귀금속 스크랩을 사들인 후 정제 공정을 거쳐 백금·팔라듐·로듐 등 백금계 귀금속을 뽑아낸다. 백금과 로듐의 경우 국내 수출 물량의 95%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 지배력이 높다. 미국·영국·일본·홍콩 등 전 세계 주요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희성피엠텍 당진공장은 연간 백금 4톤, 팔라듐 6톤, 로듐 1톤 등을 생산한다. 매출의 70% 이상은 모회사인 희성촉매에서 발생한다. 희성촉매는 백금계 귀금속을 원재료로 자동차 매연 저감 및 화학 환경 촉매를 제조해 완성차 업체 등에 공급한다.

희성피엠텍 실적은 국제 귀금속 시세와 경기 흐름에 밀접하게 연동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팔라듐, 로듐, 백금 수요가 급증했던 2022년 희성피엠텍은 매출액 1조 4370억 원, 영업이익 730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구가했다. 하지만 이후 공급이 안정돼 가격이 고점 대비 30~70% 떨어졌고 실적도 우하향세다. 2023년 매출 8204억 원, 영업이익 408억 원을 기록했고 지난해는 매출 6056억 원, 영업이익 171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전년 대비 수주 실적이 양호한 편으로 실적 반등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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