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0일 아르헨티나 하비에르 밀레이 정권의 경제개혁 조치에 대해 “최근 가장 인상적인 사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개혁 프로그램을 통해 경제 안정화와 성장을 이뤘고 다른 나라 공공 정책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에 내정된 일론 머스크와 비벡 라마스와미도 밀레이 스타일의 지출 삭감과 공공 개혁을 미국에 재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자유시장 신봉자인 밀레이 대통령은 2023년 대선 유세 현장에서 “썩은 병폐를 도려내겠다”며 가죽 재킷을 입고 전기톱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해 12월 취임 직후 정부의 민간경제 개입 축소, 정부기관 구조조정, 노동개혁 등 ‘전기톱 개혁’을 본격화했다. 또 투자 유치를 위해 국영기업 민영화, 기업 규제 완화, 법인세율 인하 조치 등을 단행했다. 살인적인 물가를 잡고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은퇴자 연금 동결, 전기·가스 보조금 중단 등으로 공공지출을 과감히 축소했다. 그는 과격한 언행 등으로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미치광이’라는 조롱도 받았다. 하지만 막상 집권하자 외환시장 자유화를 미루는 등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경제지표로만 보면 합격점에 가깝다. 지난해 재정수지는 흑자로 돌아섰고 주가는 172.5%나 올랐다. 지난해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3.5%로 추정되지만 3분기부터 전 분기 대비 3.9% 증가하면서 올해 5.0%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문제는 혹독한 긴축 정책으로 인해 실업률과 빈곤율 상승, 공공요금 인상, 내수 위축 등의 부작용이 일반 국민들을 덮치고 있다는 점이다. 남미 포퓰리즘인 페론주의에 젖은 노조와 서민들은 연일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빠른 시일 내 실물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국민들의 기대가 분노로 바뀌면서 개혁이 좌초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포퓰리즘은 한번 중독되면 웬만한 정치 리더십과 국민들 희생만으로는 헤어나기 힘들다. 처음부터 대중 인기 영합주의 수렁에 빠지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