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20명 중 ‘노동자’는 1명?…‘위장 5인 미만 사업장’ 14만개, 6년간 1.5배 증가

2025-10-13

근로기준법 적용이 다수 제외되는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했다는 의심을 받는 사업장 수가 2023년 기준 13만7994개에 달해 지난 6년 동안 1.5배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공운수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플랫폼노동희망찾기는 13일 전국의 ‘무늬만 프리랜서’들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공동진정을 제기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이들은 “연매출 100억원이 넘는 음식점도 5인 미만으로 위장하고, 지상파 방송사의 유명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외주제작사도 5인 미만이라고 주장한다”며 “진정 과정에서 감독관의 보고서에 의심스러운 정황이 기재돼도 근로감독으로 이어지지 않으니 체불 진정만 반복된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외주제작사는 작가·PD·조연출 등 프리랜서 19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상시근로자는 1명이라며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둔갑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인력업체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다단계 하도급 형태로 ‘가짜 3.3’ 위장 계약을 했다. 2024년 6월 용역업체를 설립해 7월에 인력 계약을 체결하고, 그해 12월 계약만료 및 폐업을 하는 등의 형태로 반복하는 방식이었다.

이와 같은 ‘5인 미만 위장 의심사업장’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3년 근로소득자 기준 5인 미만 사업장 중 사업소득자를 합하면 5인 이상이 되는 사업장의 비율은 12.5%(13만7994개)로 집계됐다. 2018년 8.3%(6만8948개)에서 1.5배 증가했다.

지역별로 서울이 17.3%(4만6368개)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인천 15.4%(8795개), 경기 14.9%(4만7699개), 세종 13.7%(771개) 순이었다. 5인 미만 위장 의심사업장의 지역별 통계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사업장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기준 65.5%로, 2018년 62.6%에서 2.9%포인트 증가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그냥 5인 미만이 늘어난 게 아니라 5인 미만 위장 사업장이 늘어난 것”이라며 “예전에는 ‘사업장 쪼개기’ 방식으로 자주 발생했다면, 이젠 비임금 노동자로 둔갑시켜 훨씬 쉽게 5인 미만으로 위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젠 국세청 자료 협조가 가능해지므로 고용노동부는 의심 사업장 규모와 근로감독 필요 영역을 찾아내고, 국세청 데이터를 바탕으로 불시·기습 감독을 해야한다”고 했다. 오는 23일부터 개정 근로기준법 제102조의2가 시행됨에 따라 노동부 장관은 근로조건 보호를 위해 필요한 자료 제공이나 전산망 이용을 다른 기관에 요청할 수 있게 됐다.

유명 경제지에서 근무했던 프리랜서 에디터 허이슬씨는 “작년 3월 에디터로 입사했는데, 알고 보니 이곳은 회사가 사업장을 쪼개 근로기준법을 피하기 위해 만든 곳이었다”며 “프리랜서라 회사 복지나 유급휴가, 퇴직금을 받을 수 없었지만, 근무환경은 전혀 ‘프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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