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 헌법재판관 퇴임사 전문

2024-10-17

"앞으로 헌재에서 훨씬 더 좋은 결정 많이 할 것"

존경하고 사랑하는 헌법재판소 구성원, 가족 친지 여러분, 귀중한 시간을 내어 이 자리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헌법재판소에 오기까지 꽤 오랜 동안 재판을 해왔으나 '헌법전문가'는 아니었고 그 점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에 오게 된 순간부터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아니 재판소에 오기 전 그리고 청문회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그 모든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6년 전 이곳에서 취임식을 하고 재판관실에 들어서는 순간, 일하기에 한 점 부족함이 없이 잘 정돈된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다른 한편 헌법전문가가 아닌 제가 이곳에서 큰 잘못 없이 일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는 그 순간부터 사무실에 있는 동안, 그리고 퇴근해서 집에 돌아올 때까지 모든 순간이 잘 준비되었고, 그 안에서 저는 편안하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분들이 고생하신 것을 알면서도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제가 한 자리에서 6년이나 근무한 것은 재판소가 처음입니다. 그 사이 제 주변과 외부적 상황이 많이 변했고, 제 자신 흰머리도 많이 늘고 때때로 감정적인 기복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처음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느낀 감동과 생각은 항상 유지하려 노력했습니다.

이제 헌법재판소를 떠나면서 한편으로는 섭섭하고 한편으로는 무거운 짐을 벗는다는 시원함을 느낍니다. 재판, 국내 및 국제회의, 출장 등에서 그 동안 잘 한 일이 있다면 모두 재판소 구성원 여러분의 공이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제 탓입니다.

6년 동안 여러 사건들을 접하면서, 사건들 그리고 선례와의 사이에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점을 잘 드러내고, 또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담은 의견을 내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돌아보면 저의 그런 생각을 실천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련은 없습니다. 앞으로 재판소에서 훨씬 더 좋은 결정을 많이 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 정말 '마지막이지만 최소한이 아니게' 아내와 가족에게 고마움의 마음을 전합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공직생활 동안 심적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견디고 응원해주어 고맙습니다. 제가 천성적으로 표현을 잘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앞으로 좀 더 다정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헌법재판소 구성원 여러분 그 동안 고마웠습니다. 귀중한 시간을 내셔서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친지 여러분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2024년 10월 17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김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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