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미 투자지도 만들어 트럼프 보여줘라"…지한파의 조언 [트럼프 한달]

2025-02-19

태미 오버비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는 18일(현지시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에서 ‘무예외성’을 강조하지만 이는 원하는 거래를 얻기 전까지만 해당되는 얘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을 맞는 가운데 새 행정부가 무역적자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한국도 사정권에 들어갔지만 오버비 전 대표는 “협상의 여지는 항상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1995~2009년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를 이끌며 한ㆍ미 경제협력 증진에 기여한 오버비 전 대표는 미국 경제계에서 손꼽히는 지한파 전문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 25%를 내달 12일부터 부과하고 교역 상대국의 부가가치세 등 관세ㆍ비(非)관세 장벽 실태조사가 완료되는 4월 1일 이후 국가별 상호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힌 상태다. 오버비 전 대표는 한ㆍ미 모두에 윈윈이 되는 타협안을 도출할 수 있는 시간이 아직 20~40일 남은 셈이라며 한국 정부에 “한국 기업이 미국에 얼마나 많이 투자하고 고임금 21세기형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지도를 만들어 보여 주라”는 조언을 했다.

오버비 전 대표는 “저도 미국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한국 정부가 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독려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이 대(對)한국 교역 환경에 대해 듣게 될 불만을 최소화하는 데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당선 직후 한ㆍ미 간 조선업 협력 가능성을 거론한 것과 관련해선 “미 해군 함정의 현대화 및 군사역량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조선과 더불어 민간 원자력도 한ㆍ미 협력 여지가 무궁무진한 분야”라고 했다.

‘수출 쿼터제’로 무관세를 적용받아온 한국산 철강도 이제 ‘예외ㆍ면제 없는’ 관세 25% 대상이 되는 건가.

“트럼프 대통령은 늘 자신을 협상가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곧 그와 협상의 여지는 항상 있다는 의미다. 예외는 없다고 말하는 것은 그가 원하는 거래를 얻기 전까지 얘기다.”

지난 한 달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은 예고→발표→유예의 패턴인데 그의 전략은 뭔가.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레버리지와 예측 불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해 협상 상대의 가드를 무너뜨리는 방식을 쓴다. 트럼프 말을 가볍게 넘길 게 아니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는 최선의 거래를 얻기 위해 원칙보다는 실리를 택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상호 관세 부과 시 미국 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거라는 우려가 나오는데.

“트럼프 대통령 역시 물가 상승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미 상당수 공화당 의원들이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물가가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주시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 한국이 징수하는 부가가치세를 관세와 동일시하지만 다른 개념 아닌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과 펜타닐 유입 등 무역 외 사안을 갖고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 25%’를 위협하지 않았나.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통적 규범과 관행, 격식은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한국은 미국의 무역적자 대상국 8위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예상되는 한국 정부에 조언을 해준다면.

“한국의 대규모 대미 투자가 미국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정확히 인식하게 해야 한다. 한국의 반도체 등 첨단기술 산업은 미국의 공급망 회복력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역내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도 크다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에 효과적으로 각인시켜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ㆍ미 FTA 재개정에 나설 것으로 보나.

“단정할 수는 없지만, 새 행정부가 이를테면 중국산 부품을 막기 위해 자동차 원산지 규정을 강화하는 등 부분적인 개정을 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정책을 재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보조금 지급 결정도 뒤집을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산업을 ‘도둑질’했다고 생각하는 기업에 돈을 주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한국이 첨단 반도체 산업을 미국에 투자함으로써 미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는 동시에 중요한 신규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설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승리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조선 협력을 언급했는데 어떻게 봤나.

“최근 10년간 중국의 군함 현대화 등 해군 능력 강화를 고려하면 미국 해군의 현대화 및 역량 강화는 시급한 과제다. 조선업계 글로벌 리더인 한국이 미국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원자력 분야도 양국 간 협력 여지가 매우 큰 흥미로운 영역이다.”

☞태미 오버비

1988년 AIG 서울사무소에 근무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으며 2009년 미국상공회의소 아시아총괄 선임부회장으로 발령 나 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21년간 한국에서 지냈다. 암참 대표(1995~2009년)로 있을 당시 한ㆍ미 경제 유대 및 동맹 강화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김대중ㆍ노무현ㆍ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각각 대통령표창ㆍ동탑산업훈장ㆍ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후 한ㆍ미재계회의 미측 대표 등을 지낸 다음 현재는 미국 컨설팅 기업 DGA 산하 올브라이트스톤브릿지그룹 동아시아태평양지역 수석고문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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