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선] 간송미술관 개관전의 흥행이 이어지길

2024-12-25

간송미술관 대구분점이 대구에 문을 열고 개관전으로 ‘여세동보 - 세상 함께 보배 삼아’전을 지난 9월 3일부터 12월 1일까지 열었다. 3개월간의 전시에 전국에서 22만 4천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며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하루 평균 2천880여 명의 관람객이 대구간송미술관(이하 대구간송)을 방문했다. 지난 2013년에 3개월간 개최한 ‘쿠사마 야요이’전 33만여명 다녀간 이후 가장 눈에 띄는 흥행전이다.

사실 현대미술 전시와 고미술 전시의 단순비교는 무리가 따른다. 현대인의 미적인 감수성을 반영한 현대미술과 과거인의 미적 경험이 녹아든 고미술 사이의 괴리는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럼에도 대구간송 개관전이 거둔 22만 4천여 명의 기록은 가히 폭발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구간송 개관전은 개막 전에 이미 어느 정도의 흥행은 예견됐다.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나 훈민정음 해례본 등 전시가 예고된 작품들이 한국인이라면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누구나 접했던 우리나라 최고의 고미술품들이고, 여기에 간송 선생이 수집한 또 다른 국보와 보물 97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개관전의 흡입력을 높였다.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은 현실이 됐다. “대구간송 개관전을 놓치지 않겠다”며 전국 곳곳에서 대구간송으로 관람객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조금의 과장을 더하면 필자도 대구간송 개관전이 열리는 기간에 ‘온 우주의 기운(?)’이 대구로 몰려드는 것을 경험했다. 대구간송 개막전 종료를 며칠 앞두고 전시 상황을 다시한번 취재하기 위해 대구간송 방문을 위한 택시를 탔을 때, 택시 운전사가 “대구간송 가느냐?”며 반가움을 표하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란 기억이 떠오른다. 그와 대구간송과 관련한 핑퐁대화는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고, “외지인이 동대구역에서 대구간송 가기 위한 택시를 많이 탄다”고 말하는 그와의 대화에서 대구간송 개관전이 대구의 택시운전사들에게 이슈인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대구간송을 둘러싼 필자의 경험은 또 있었다. 취재를 위한 이동 중 간간이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을 청취하고는 하는데, 시간차를 두고 세 번이나 “대구간송 개관전을 보기 위해 동대구행 열차를 탔다”는 사연을 접했었다. 대구간송 개관전에 보내는 전국적인 차원의 관심을 실감하는 순간들이었다.

사실 대구간송 개관 전만 해도 성공에 대한 견해는 반신반의였다. 국내 최고의 국보와 보물을 소장한 간송 전형필 컬렉션의 위력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대구에서도 간송의 가치가 빛을 발할지는 의문이었다. 지방이라는 인식의 한계, 전국 관람객 유치에 불리한 지리적인 제약이 우려의 이유였다.

그러나 우려는 기우로 판명났다. 개관전을 방문한 타지인의 비율이 9만3천여명, 42%로 나타났다. 경북 16.8%, 부산·울산·경남 14%, 서울·경기·인천 7.7% 등의 순으로 타지 방문객이 대구간송을 다녀갔다. 연령대도 고루 분포해 10대 16.7%, 20대 19.1%, 30대 23.8%, 40대 19.7%, 50대 이상이 20.7%로 나타났다.

대구간송 개막전의 흥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화예술 인프라의 두드러진 서울집중 현상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콘텐츠가 탁월하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을 대구간송 개막전이 증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대구간송이 개관전의 흥행을 이어갈 기획전을 계속해서 선보여야 하고, 대구월드오케스트페스티벌 등 전국적인 콘텐츠로 부상한 대구의 우수한 문화예술 인프라와의 협업 또한 뒤따라야 한다. 여기에 대구의 우수한 문화예술 인프라를 접하기 위해 대구를 찾는 방문객들의 대구관광 연계도 더해져야 한다. 대구시 차원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이야기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하지만 대구간송 개관전이 성공을 위한 첫 걸음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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