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전국에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국내 중저가 패션 브랜드들이 패딩 점퍼 등 제품 정보를 허위로 기재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에서 배드민턴 셔틀콕을 재활용해 만든 ‘가짜 다운재킷’에 대한 폭로가 제기된 데 이어 국내에서도 충전재 솜털 비중이 현저히 낮은 패딩을 판매한 브랜드들이 잇따라 적발된 것이다. 패션 플랫폼의 판매 중단 및 환불 등의 사후 조치뿐만 아니라 입점 단계에서부터 상품 정보의 허위 기재가 없도록 검증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입점한 남성 의류 브랜드인 인템포무드는 ‘팝 다운 패딩 재킷’의 혼용률이 문제가 되자 이를 회수해 전액 환불하겠다고 2일 밝혔다. 인템포무드는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외부를 통해 당사가 기재해놓았던 혼용률과 실제품의 수치가 사실과 다름을 인지했다”며 “생산 과정에서 협력 업체 측의 정보를 신뢰해 별도의 검증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판매를 진행했고 이는 명백한 잘못”이라고 공지했다. 해당 브랜드는 KATRI시험연구원에 공식 검사를 의뢰한 상태로 10일 검사 결과를 수령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무신사 입점 패션 브랜드 중 일부가 상품 정보를 허위로 작성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라퍼지스토어는 앞서 ‘덕다운 아르틱 후드 패딩’ 등의 충전재로 솜털 80%를 사용했다고 상품 정보에 공개했지만 실제로는 약 3%에 불과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도마에 올랐다. 솜털은 통상 다운 패딩의 보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가격은 깃털보다 수 배 이상 높다. 이후 무신사는 “외부 기관인 FITI와 KATRI시험연구원에 의뢰한 결과에서 ‘성분을 판단할 수 없는 충전재 사용’으로 시험 진행 불가 의견을 수신했다”고 발표했다.
그간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주로 학생층에서 인기를 끌어왔던 이들 국내 중저가 패션 브랜드들은 이번 논란으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다른 업체들까지 패딩 충전 비율 등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 차원에서 제품을 전문 시험 기관에 보내 검증을 의뢰하는 경우까지 등장했다.
논란의 대상이 된 제품들을 유통한 무신사는 사후 제재를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라퍼지스토어는 무신사 자체 거래 정책을 이미 세 차례 이상 위반해 이달 1일부터 상품 판매가 중단되며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해당 브랜드는 앞서 위조품 지퍼뿐 아니라 상품 정보와는 다른 원단을 사용한 사실이 먼저 드러나 2주 동안 판매가 중지됐다. 이후 패딩 디자인 도용에 이어 혼용률 허위 기재까지 적발됐다. 이 밖에 페플도 ‘임팩트 포켓 덕다운 패딩’ 6종의 혼용율을 허위로 작성해 경고 및 환불 조치가 이뤄졌다. 인템포무드 건은 제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험 성적서 확인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브랜드에 대한 플랫폼 차원의 사후 조치는 사실상 무신사가 유일하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플랫폼인 무신사 역시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들 중저가 브랜드 대다수가 이른바 ‘무신사 생태계’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직매입을 제외하면 무신사는 입점 브랜드를 ‘위탁 판매’하고 있다. 형태는 오픈마켓과 유사하지만 무신사가 마케팅과 홍보를 맡아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문제가 된 브랜드들이 그동안 가파르게 성장한 것도 무신사의 프로모션과 기획전을 통한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라퍼지스토어의 경우 플랫폼 진출 과정에서 ‘무신사 파트너스’를 통해 투자를 받은 전력도 있다.
업계에서는 제품 정보를 허위로 작성하는 관행이 이미 만연해 있다고 보고 있다. 패션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중저가 브랜드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일부 아웃소싱(외주)을 하면서 인지하지 못하고 실수한 경우도 있겠지만 분명히 의도적·악의적으로 제품 정보를 속이는 사례도 있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재료를 눈속임할 경우 허위 광고에 해당돼 공정거래위원회 표시광고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도 문제지만 수출 시에는 국가 브랜드 이미지나 신뢰도에까지 타격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패션 플랫폼에서도 입점 업체 상품 정보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사후 대응뿐만 아니라 플랫폼 입점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신사도 강력한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상당한 손실을 보더라도 고객 보호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강하게 조치하고 있다”면서 “가격 외에도 여러 요소를 기준으로 고위험군 상품을 선별해 가능성이 있는 브랜드들은 전수 조사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