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후반의 여성은 피아니스트였다.
남편과 사별 후 10년을 홀로 살다 고독사했다.
그랜드 피아노가 놓인 현장은 처음 봤다.
30평대 후반의 널찍한 아파트.
노인 혼자 살기엔 넓었다.
하지만 구석구석 깔끔하게 관리가 돼 있었다.
흔히 보던 독거노인의 고독사 현장과는 달랐다.
잘 정돈된 집안이 되레 더 고독해 보일 정도였다.
의뢰인은 자녀였다.
같은 아파트 바로 옆 동에 살았다.
어머니가 홀로 되신 뒤 걱정돼 자녀가 집을 옮겼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고독사와는 달리 늦지 않게 수습이 됐다.
집 상태는 깨끗했다.
방치된 시신과 음식물에 달려드는 놈들이 없었다.
깨끗한 걸 넘어 고요했다.
집안의 모든 것이 정지된 느낌.
희미한 시취만이 방금 막 내린 비극의 무대를 연상케 할 뿐이었다.

방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 큰 그랜드 피아노.
책장엔 수많은 악보와 음악 서적들이 빼곡했다.
반면 다른 살림살이는 많지 않았다.
적막한 공간.
고인은 젊은 시절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외국 생활도 했다.
결혼하고 한국으로 들어온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