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e] 👖 국감장에 너만 못 온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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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국정감사가 막을 내립니다. 독자님은 어떤 장면이 기억에 남으시나요?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건 역시 뉴진스 멤버 하니의 참고인 출석이 아닐까 해요. 현직 아이돌이 국정감사장에 나타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하니는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에서 자신이 당한 직장 내 괴롭힘, 그리고 회사의 대응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서로 인간으로 존중하면 적어도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은 없지 않겠느냐"고 한 발언도 화제가 됐죠. K팝 산업의 문제를 지적해 온 최이삭 K팝 칼럼니스트는 이번 국정감사를 어떻게 평가했을까요? 칼럼을 읽고 다시 만나요.

국정감사로 간 K팝

2024. 10. 23. 최이삭 K팝 칼럼니스트

"K팝 산업을 국정감사로 소환해 주십시오." 22대 국회의원 선거일 다음날인 4월11일자 지면에 'K팝을 사랑하는 의원 당선인께'라는 칼럼을 썼다. 21대 국감에선 '달콤왕가탕후루' 사내이사도 증인으로 소환되어 당 과다섭취로 청소년의 건강을 해쳤다고 질의받았는데, K팝은 왜 안 되느냐가 요지였다. 고작 반년 전이지만, 당시만 해도 이런 급진적인 주장을 해도 될지 수없이 망설이며 원고를 썼다. 그로부터 약 열흘 후, 하이브의 경영권 내홍이 터졌다. 이를 계기로 음반 밀어내기, 사행성 굿즈 판매 등 K팝 산업의 곪은 문제들이 속도감 있게 공론화되었다. 드디어 국감으로도 소환되었다. 그러나 공론화에서 국감까지 오는 시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일까. 기대보다 아쉬움이 컸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지난 15일 뉴진스 하니의 참고인 출석이다. 그러나 빈 수레만 요란했다. 안호영 환경노동위원장의 책임이 크다. 이미 충분히 보도된 하니의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정황 파악에만 혼자 20여분을 쓰며,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감사를 소모적인 진실공방으로 몰고 갔다. 환경'노동'위원회가 아이돌을 참고인으로 채택했다는 것은, 국회가 아이돌을 노동자로 인정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파악한 위원은 많지 않은 것 같았다.

지난 10월 15일, 뉴진스 멤버 하니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관해 증언했다. 국회사진기자단

하니는 하이브 경영권 내홍으로 인한 대리전의 희생자가 아니라 노동자로, 수많은 국감 참고인 중 1명으로 국회에 갔다. 그의 상황을 비롯해 아이돌의 열악한 인권 문제, 불공정 계약, 미성년자 연예인의 보호, 나아가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권리 등 산적한 문제가 내실 있게 다뤄져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회사가 왜 (하니를) 싫어한다고 느꼈어요?" 수준의 처참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뿐만 아니라 가장 큰 K팝 기획사인 하이브의 최고인사책임자를 증인으로 불러놓고 의미 있는 질의가 이어지지 않았다. 엔터업계의 복잡한 노동 문제를 건드릴 준비도 되지 않았으면서 스타 마케팅에만 목을 맨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7일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도 아쉬움이 남는다. YG·SM·JYP 대표이사와 하이브의 자회사인 K팝 커뮤니티·쇼핑 플랫폼 위버스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임팩트가 부족했다. 이들은 크게 안무 저작권 보호, 음반 밀어내기 관련 두 개의 질의를 받았다. 안무 저작권은 아직 제도가 없어서, 음반 밀어내기는 증거가 없어서 형식적인 답변만 나왔다. 여담이지만, 하이브만 자회사 대표가 출석한 점이 흥미롭다. 문어발식 경영이 문어발 증인 출석으로 가시화된 것이다.

지난 10월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대표들. 왼쪽부터 양민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최준원 위버스컴퍼니 대표.연합뉴스

가장 아쉬운 점은, 정무위원회의 위버스 대표 증인 채택 철회다. 국감 기간 동안 다수의 유의미한 K팝 관련 보도가 나왔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정무위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보받은 위버스의 갑질 폭로였다. 독과점적 지위를 악용해 약 130곳의 입점 레이블에 최대 60% 수수료를 떼는 유료 멤버십을 강제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일종의 자릿세를 걷겠다는 얘기다. 신종 독과점 플랫폼 기업 문제로 정무위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에서 충분히 논의될 가치가 있었다. 이 밖에, 갈수록 극심해지는 K팝 산업의 환경오염 문제가 다뤄지지 못한 점도 아쉬웠다.

이렇게 많은 위원회에서 K팝이 화두에 올랐다는 것은, 현재 이 산업이 얼마나 거대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안고 있는지 증명한다. 국감의 무게 때문에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은 못하겠다. 아쉬움이 많았지만 새로운 문화와 경제, 노동 의제로서의 K팝이 발굴된 점은 무척 희망적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논의가 국회에서 이어지길 기대한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아이돌과 소속사는 근로계약서가 아닌 전속계약서를 씁니다. 공동사업자가 되는 거죠.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전속계약서를 보면, "가수는 최선의 노력을 통해 자신의 재능과 자질을 발휘"하고 "기획업자는 매니지먼트를 충실히 이행"하는 등의 내용이 적혀있어요. 개인 대 개인 간 평등한 계약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회사는 연습생을 육성해 데뷔시키고 활동 콘셉트부터 곡 선정, 개개인의 외모에까지 개입합니다. 이들과 아이돌의 관계는 완전히 평등하지 않습니다. 독립적 활동이 가능한 소수 사례를 제외하면, 대다수 아이돌이 기획사에 종속돼 있어요.

기획사 횡포로부터 아이돌을 지킬 방안은 충분치 못합니다. 이 때문에 아이돌 인권 침해가 발생할 때마다 노동의 관점으로 이를 다시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느 특수고용노동자,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법 밖 노동자'들처럼요.

"기술·사회 변화 속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들이 등장했습니다.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등 노동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850만명에 육박합니다. 노동법 밖의 노동자 규모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늘 증인 신문은 최근 발생한 사건을 통해 노동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 현실을 다루기 위한 것입니다."

안호영 환노위 위원장은 하니와 김주영 어도어 대표이사를 국정감사장에 불러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특정 그룹의 문제나 가십성 이슈로 봐서는 안 된다"고도 했어요. 그러나 질의는 실속이 없었습니다. 따돌림이 있었는지에 집중하느라 '노동권' 문제는 뚜껑을 제대로 열지도 못했습니다. 하이브·어도어 같은 기획사 이름, 참고인으로 출석한 하니의 이름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은 의원도 있었고요.

환노위가 이 이슈에 써버린 시간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까운 일입니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 간이평가를 보면 이날 하니는 6명의 의원으로부터 질의를 받았는데, 출석한 12개 피감기관 증인 중 2개 기관에는 아예 질문이 돌아가지도 않았습니다. 동료들이 과로사로 죽어간 쿠팡 노동자, 불법파견이 인정됐지만 여전히 싸우는 현대제철 노동자 등 애초에 국감장에 서지 못한 노동자들도 있고요.

국회에 닿기를 바라는 수많은 목소리 중, 어떤 일이 더 시급하고 중요한지 국회의원들은 추려냅니다. 30일 동안 나랏일 전반을 다뤄야 하니 '시간이 금'입니다. 그 자리에 서지 못한 목소리들의 무게를 생각해서라도 더 제대로 묻고 확실하게 논의를 이끌어가야 했어요. "누구나 이 일을 당할 수 있어요" "저희 다 인간이잖아요"라는 하니의 목소리가 더욱 확장되면 좋았을 텐데, 많은 주목을 받은 만큼 더더욱 아쉬운 국감이었습니다.

✦ 1.

지난 10월 15일, 뉴진스 하니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 2.

환노위는 '노동법 밖 노동자'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다루기 위해 하니를 불렀다고 했지만 정작 질의는 따돌림 관련 진실 공방에 그쳤다. 엔터업계 노동권이나 K팝 산업과 관련한 깊이 있는 질문도 나오지 않았다.

✦ 3. 이날 출석한 피감기관 중엔 의원 질의를 아예 받지 않은 곳들도 있다. 노동계 산적한 현안들도 다뤄지지 않았다. 환노위는 국감의 한정된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는 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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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채식주의자>를 헝가리어로 번역한 김보국 연구교수가 헝가리 공로훈장을 받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겠다는 그를 인터뷰했습니다.

📬 사회학과 졸업생으로서 씁쓸한 소식이었습니다. 저 역시 사회학에 양가감정을 갖고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좋아하고 더 알고 싶은 마음 하나로 사회학과에 진학했고, 사회학적 상상력을 키우며 복잡다단한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길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게 취업시장에선 강점이 되지 않더라고요. 취준생 시절에는 이 전공을 택한 걸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한데 사회를 보는 눈이 다 무슨 소용이냐고요. 어느 정도 삶이 안정된 지금은 사회학 전공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숫자로 대변되는 시대에 사회학은 어떻게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까, 그 노력은 누구의 몫일까, 이런 고민도 함께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회학붐은온다님)

📬 사회학, 철학과 학문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시대가 변화하며 많은 학문이 취직과 돈벌이에만 중점이 맞춰진다는 것이 슬프고 안타깝습니다.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지구에 존재하는 개개인의 역할은 점점 증대되는 가운데 이에 대해서 연구하며 대안을 찾는 일이 점점 중요해질 텐데 말이죠. (이상한까마귀님)

📬 인문학의 위기는 알지만, 학과 폐지 자체가 큰 문제라고 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사회학과에 다니면서 왜 지금과 같이 행동하게 되었는지를 훨씬 더 폭넓은 시각을 가지고 들여다보고 그런 학문을 위해 학과를 다니는 대학생은 매우 적기 때문이에요. 대학의 존재에 대해 더 의문을 가지고 비인기학과는 폐지 축소하고 정말로 인문학에 대해 연구를 하는 곳을 더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포로롱님)

📬 문득 포털에서 '대학'의 뜻을 검색해보았어요. '국가와 인류 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 이론과 응용 방법을 교수하고 연구하며, 지도적 인격을 도야하는 교육 기관'이라고 나오네요. 과연 지금의 대학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초중고 교육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고, 대학 교육은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고 하면 지나친 일반화일까요. 하지만 기초학문의 위기가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는 걸 보면 비약만은 아닌 것 같아요. 몇십 년 전만 해도 아무나 갈 수 없었던 대학의 문턱이 정말 낮아진 세상이 되었는데 그만큼 국가와 인류 사회는 발전하고 있는 건지 돌아볼 일입니다. (마고님)

📝 지난 점선면Lite <🎓 상상력의 죽음>은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폐과 소식과 사회학을 배우는 의미를 다뤘습니다. 이 레터를 읽고 여러 독자님께서 대학과 사회학에 대한 생각을 보내주셨어요. 기초학문의 위기는 곧 대학의 위기를, 또 대학의 위기는 더 큰 공동체의 위기를 보여준다는 점을 독자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새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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