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속 물체 형상·물질 영상화
지뢰 탐지, 유해 발굴 등 활용
[정보통신신문=서유덕기자]
국내 연구진이 디지털 엑스선원(X-ray Source)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땅 속에 묻힌 물체의 형상 및 물질의 종류를 구분해 영상화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이로써 향후 지뢰나 폭발물의 탐지, 국군 전사자 유해 발굴 등에 적극 활용될 가능성을 높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다중 디지털 엑스선을 활용해 탐지가 어려운 비금속성 지뢰나 폭발물, 전사자 유해 등 지면 아래 물체의 형상과 물질을 구분해 영상화할 수 있는 지면 투과 탐색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지면 투과 탐색에 사용되는 지면투과레이더(GPR) 장비는 지면 아래 깊은 곳의 탐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신호 분석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낮은 해상도와 물질 구분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ETRI는 2015년에 엑스선원의 작동 방식을 디지털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국내 치과 의료장비 기업에 기술이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엑스선원의 상용화에 성공한 바 있다.
기존 아날로그 엑스선원은 섭씨 2000도(℃) 이상의 고온으로 가열된 열음극 필라멘트를 전자원으로 사용했다면, 디지털 엑스선원은 탄소나노튜브(CNT)를 냉음극 전자원으로 사용해 음극의 고온 가열 없이 즉각적인 전기 신호만으로 빠르고 정확한 엑스선 펄스를 만들 수 있다.
ETRI는 소형, 경량화가 상대적으로 쉽고 고속 구동이 가능한 디지털 엑스선원 기술을 지면 투과 탐색기술에 적용했다.
여러 개의 광원에서 나오는 엑스선을 지면에 조사해 반사되는 엑스선의 강도와 스펙트럼 정보를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재구성했다.
이로써 지면 아래 물체의 형상과 물질의 종류를 직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게 했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의 최대 장점으로 해상도가 높다는 점과 물질의 구분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엑스선을 쏴서 반사되는 파장을 AI를 통해 학습시켜 정확히 물질을 구분해 알 수 있고, 여러 개의 엑스선을 이용함으로써 스캔 영역을 확대해 탐색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가능성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실제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디지털 엑스선원 3개가 장착된 30㎝ 크기 벽돌 모양 모듈로 땅속에 파묻힌 돌, 뼈, 나무, 펜, 드라이버 등에서 반사된 엑스선을 영상화해 직관적으로 사물의 형태·종류를 파악했다.
연구진은 산악 등 험지 환경에서 배낭 형태로 메고 다니다가 원하는 지면에 내려놓고 원격으로 조정해 스캔할 수 있는 로봇 형태의 장비 개발을 구상 중이다. 또한 수 미터 깊이의 탐지도 가능하도록 연구할 계획이다.
정진우 ETRI 지능형부품센서연구실 박사는 “좁고 험준한 산악 지형이 많은 우리나라 환경에 적합한 지면 투과 탐색 장비는 군 장병들을 지뢰·폭발물 등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20년간 10%의 발굴만 진행된 국군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이 속도를 내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