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길은 명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한국과 아세안이 함께한다면 강한 회복력과 통찰력으로 그 길을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최형찬 국립외교원장은 17일 '한국의 신정부와 아세안: 불확실성 시대의 동행'을 주제로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제7차 한-아세안 싱크탱크 전략대화'에서 "강대국의 전략 경쟁 심화와 글로벌 공급망 교란, 인공지능 등 신기술 발전으로 국가 안보의 본질이 바뀌는 시대"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전략대화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시기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한·아세안 협력 방안을 비중 있게 논의했다. 또한 온라인 스캠(scam·사기) 등 초국경 범죄에 대한 공동 대응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 최 원장은 "한국 정부는 높아진 국제 위상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고자 하며 한·아세안의 지속적 협력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상생의 파트너십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7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 채택된 '2026∼2030 한·아세안 행동계획'(POA)에 대해 "상호호혜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이정표"라며 "인공지능, 녹색전환 등 미래지향적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POA는 '한·아세안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CSP) 공동성명'의 세부 이행계획 성격이다.
이날 축사를 맡은 타니 쌩랏 주한 태국 대사 또한 POA에 대해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평화와 안보, 초국가적 범죄, 거버넌스, 무역·투자, 과학기술 혁신, 청정 에너지 등 분야에서 진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타니 대사는 최근 "뉴스에서 계속 소식이 나오고 있는 사이버 안보와 스캠, 인신매매에도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캄보디아 등에서 한국인을 겨냥한 강력 범죄가 잇따르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어 이문희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이 좌장을 맡고, 조원득 아세안·인도연구센터장이 한국 측 연사로 참여한 라운드테이블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도 초국경 범죄에 대한 대응 필요성이 논의됐다. 앤드류 만통 인도네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온라인 스캠, 초국가적 인신매매 네트워크 등 위협에도 주목해야 하며 한·아세안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젤린 탄 말레이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도 "온라인 사기와 인신매매 등 비전통적 안보 위협은 정치·안보·경제적 차원을 넘어 양국 국민이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느냐의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일방적 관세 정책 등에 대해서도 비판적 의견이 이어졌다. "강대국의 강압적 정책은 아세안이 추구하는 경제 협력의 노력을 약화시킨다"(부알라피안 시숙 라오스 국립대학교 국제관계학과 부학과장), "일방적 관세 부과는 아세안의 경제 취약성을 초래한다"(하피즈 하심 브루나이 다루살람 국립대학교 조교수) 등이다. "아세안은 미·중 경쟁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폭·쏙빤야 한-아세안센터 정보자료국 부장)며 아세안의 단결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