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럼] 신구간과 주택임대차

2023-12-07

제주에는 이른바 신구세관(新舊歲官)이 교대하는 과도기간으로 지상의 모든 신이 천상에 올라가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아 내려오기까지의 공백기간에 이사나 집수리를 비롯한 평소에 금기됐던 일들을 해도 아무런 탈이 없다고 믿었던 신구간 (新舊間)이라는 세시풍속이 있다.

대한(大寒) 후 5일에서 입춘(立春) 전 3일 사이로 보통 일주일인 이 기간 동안 많은 집들이 이사를 했고, 많이 퇴색된 지금도 이 기간에 이사를 하는 집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필자도 어렸을 적 기억조차 다 하기 힘들 정도로 이사를 다녔다. 당시는 매체나 광고가 발달할 때도 아녔기에 집을 찾으려면 빈 방이 있을 것 같은 집에 일일이 초인종을 눌러가며 집이 있냐고 물어봐야 했다. 각종 정보지와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하는 요즘과 달리 소위 '발품'을 팔아 집을 구하러 다녔던 것이다.

취학 전의 어린 나이였기에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으나 집을 구하러 다니며 아버지에게 거지가 된 것 같다는 내용의 말을 한 모양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집에 내 방도 있었는데,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방을 확인하는 것이 어린 마음에 구걸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듯하다.

그 말을 들으셨던 아버지는 어린 자식에게 화를 내거나 내색은 못하셨지만 가슴에 큰 한으로 맺히셨던 듯하다. 아직도 가끔 아버지는 당시를 기억하시면서 오히려 그 말이 당신을 열심히 살게 한 원동력이 됐노라고 말씀하시지만, 아무리 철부지 꼬마였어도 어찌 그리 철이 없었나 싶어 얼굴이 빨개지곤 한다. 이렇게 신구간이 다가올 때면 가족들과 집을 구하러 다니거나 새벽부터 트럭에 짐을 가득 싣고 이사를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올해도 신구간이 다가오면서 집을 알아보거나 이사를 준비하는 집들이 주택 임대차와 관련한 상담이나 사건 의뢰도 늘고 있다. 집을 구하고 계약을 하는 문제부터 살던 집에서 보증금을 받고 원상회복해 이사를 가는 문제, 새로 이사할 집에 인테리어 공사를 하거나 이사한 집에서 하자를 발견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등 주택임대차와 관련된 문제는 각양각색이다.

이런 주택임대차와 관련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우선 임차인이 주민등록을 마쳐야 대항력, 즉 임차주택의 양수인,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 사람, 그 밖에 임차주택에 관해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임대차의 내용을 주장할 수 있는 법률상의 힘을 갖게 되며, 이 경우 전입신고를 했을 때 주민등록이 된 것으로 본다.

임차인은 임차주택이 경매·공매되는 경우에 임차주택의 환가대금에서 후순위권리자나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해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인 우선변제권을 갖는데 이는 임차인이 대항요건(주택의 인도 및 전입신고)과 임대차계약증서상의 확정일자를 갖춘 경우에 취득된다.

그리고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임차인에게 갱신거절의 통지를 하지 않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않으면 갱신하지 않는다는 뜻의 통지를 하지 않은 경우 그 기간이 끝난 때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통지하지 않은 경우에도 같다.

다만, 임차인이 2기(期)의 차임액에 달하도록 연체하거나 그 밖에 임차인으로서 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 묵시의 갱신을 할 수 없으나, 갱신되면 종전의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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