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에서 개발된 의료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들은 대부분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를 활용해 시장에 진입한다.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는 안전성은 확인됐으나 유효성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의료기술에 대해 평가를 유예해 임상 현장에서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한시적으로 시장 진입을 허용해 평가에 필요한 근거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임상 현장에서의 실사용 경험을 축척하고 매출 발생을 통해 시장성을 입증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유예기간은 기본 2년, 이후 최대 1회 연장을 통해 최대 4년까지 가능하다.
뷰노(338220)가 개발한 ‘뷰노메드 딥카스’는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의 혜택을 톡톡히 봤다. 딥카스는 일반 병동에 입원한 환자의 24시간 내 심정지 발생을 예측해 의료진의 선제 대응을 돕는 솔루션이다. 2022년 AI 의료기기 중 국내 최초로 유예 제도 적용을 받아 2023년부터 비급여 형태로 공급돼 현장 경험을 쌓고 있다. 딥카스는 일회성 매출이 아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비즈니스 모델이다. 의료 현장의 실사용 건수에 비례해 병상당 일 단위로 비급여를 청구한다. 뷰노는 지난해 딥카스 단일 제품으로만 100억 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15곳을 포함한 84개 병원에서 딥카스를 활용하고 있다. 최근 신의료기술평가 유예기간이 2026년 7월 31일까지 연장됐다.
다만 의료계 현장에서는 의료 AI 발전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비급여 처방이 가능한 경우에만 의료 AI 도입이 활성화되는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실제 진료에 활용하려면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과의 통합이 필수적인데 관련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도 병원들의 AI 도입을 막는 허들로 작용하고 있다. AI 기반 건강관리 플랫폼 헬미닥을 창업한 박형준 시화병원 호흡기내과장은 “늘어나는 의료 수요에 대응하려면 의료 생산성의 획기적인 향상이 필요하다”며 “LLM 기반 AI의 적극적인 도입과 활용이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AI 기술이 현장에서 먼저 활용되고 검증될 수 있도록 혁신 친화적 규체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