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콘서트 최초 멸균팩 생수 커스텀 패키지로 재활용 중요성 및 자원순환 가치 전달
수거된 테트라팩의 멸균팩은 재활용 통해 백판지, 화장지 등의 제품으로 재탄생될 예정

응원봉 같은 굿즈를 사기 위해 늘어선 줄은 공연장의 익숙한 풍경이다. 지난 7월5~6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블랙핑크 월드투어 ‘데드라인’에는 신개념 굿즈가 등장했다. 블랙핑크의 상징색을 반영한 분홍색 종이팩 생수다. 핑크를 포인트로 멋 낸 팬들은 오직 이날만 구할 수 있는 한정판 생수를 구입하기 위해 늘어섰다.
핑크색 생수와 공연 티켓을 들고 인증사진을 찍은 한 중국인 팬은 “정말 좋은 아이디어(super good idea)”라고 엄지를 세웠다. ‘팬심’을 넘어 이 생수에 담긴 의미를 높이 산 것이다. 수만명이 운집하는 대형 콘서트가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까. 지난 6일 그 현장을 찾았다.

K팝 콘서트 최초의 커스텀 멸균팩 생수는 2024년 국내 엔터테인먼트사로는 처음으로 지속가능공연 성과와 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한 YG엔터테인먼트와 재활용 가능한 멸균팩을 생산하는 테트라팩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지난 4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공연장에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반입을 금지했던 콜드플레이의 시도가 좋은 자극이 됐다.

이틀간 현장을 지킨 테트라팩 코리아 오은정 부사장은 “취지부터 패키징, 폐기물 처리 과정까지 양사의 의지가 잘 맞아떨어져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마그네슘이 풍부한 강원도 해양심층수는 외부의 빛, 미생물 등의 영향을 차단하며 재생 가능한 종이팩에 담겼다. 뚜껑은 사탕수수 원료의 폴리머 소재를 사용했다. 생수팩 겉면에는 YG의 지속가능공연에 대한 안내 영상을 볼 수 있는 QR코드도 심었다.

이 생수를 다 마셨다면, 찾아야 할 곳이 있다. 테트라팩 코리아는 콘서트 기간 멸균팩의 분리배출법과 자원순환의 가치를 전달하는 특별 부스를 운영했다. 멸균팩 분리배출에 관한 퀴즈를 맞힌 관객에게는 특별 제작한 ‘블링크(팬덤 명)×테트라팩’ 멸균팩 재활용 수거함을 증정했다.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에도 다양한 국적의 팬들이 고심해 문제를 풀고 100점을 맞은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는 등 적극적으로 이벤트에 참여했다.


테트라팩 부스는 주한 영국대사관과 함께하는 기후행동협업, 국제이주기구(IOM), 유어그린스텝 등이 있는 ESG존에 자리했다. YG는 2023년부터 유어그린스텝 부스를 운영해 관객의 이동 거리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자신의 탄소발자국을 직접 계산해본 팬들에게는 멸균팩 생수를 지급했다.

앞서 YG는 SNS를 통해 깨끗하게 씻어 말린 멸균팩 5개 이상을 가져오면 멸균팩 수거함을 증정한다고 공지했다. 팬들이 씻고 자르고 잘 말려서 가져온 팩이 속속 테트라팩 부스의 수거함을 채웠다. 대구에서 멸균팩 6개를 가져온 중학생 김가령양과 삼촌은 “좋은 의미에서 진행한다고 해서 챙겨왔다”고 말했다.

“멸균팩을 올바르게 배출하는 법을 재밌으면서도
효과적으로 알려드릴 수 있는 행사였던 것 같아요.”
- 테트라팩 코리아 앰배서더 줄리안 퀸타르트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가 이날 현장에서 관람객의 참여를 독려하며 테트라팩의 앰배서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 당시 LED 손목 팔찌 회수율이 세계 최고를 기록한 사례를 언급하며 “올림픽에 분리배출 종목이 생기면 한국이 금메달을 따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제로웨이스트숍을 운영하는 환경운동가답게 그는 저탄소 방식으로 온 관객에게 할인 혜택을 준다거나, 과도한 발전기 사용을 자제하고, 채식 옵션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페스티벌에 대한 아이디어도 들려줬다. 그는 “블랙핑크의 시도가 좋은 시발점이 되어 앞으로 보다 친환경적인 콘셉트의 공연을 여는 시대가 올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장 안팎에는 분리배출 가이드와 함께 21군데 폐기물 분리수거함이 배치됐다. 멸균팩은 테트라팩과 종합환경기업 에이치알엠(HRM) 협업을 통해 선별 수거됐다.
이후 재활용을 거쳐 종이는 백판지와 화장지 등으로, 알루미늄 복합소재는 물류용 팔레트나 옷걸이 등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생수팩을 ‘굿즈’ 삼아 소중하게 집까지 모셔간 팬들이 많았던 덕분에 총 8만개 중 현장 회수율이 높지 않았다는 건 ‘안 비밀’이다. 유통기한마저 2027년 6월까지로 길다.
테트라팩의 오 부사장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담긴 멸균팩 생수가 콘서트 첫날 등장하자마자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일본 등지에서 문의 연락이 왔다”면서 “K팝에 대한 파급력만큼이나 좋은 메시지가 잘 전달되는 듯하다”며 뿌듯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