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자연과학] 냉장고 마늘에 핀 흰 곰팡이의 정체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통마늘을 하루 한 시간씩 3일에 걸쳐 까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마늘을 까는 일은 힘들었지만, 필요할 때마다 한 움큼씩 꺼내 쓸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8월 말에 마늘을 까서 냉장고에 보관했는데, 최근 흰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 힘들게 깐 것이라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먹어도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어떤 곰팡이인지 정체를 알아보기로 했다.

재료 및 방법

곰팡이의 이름을 찾는 작업인 동정(identification)을 위해 가장 먼저 형태학적 특징을 살펴보았다. 우선 맨눈으로 곰팡이가 생긴 깐 마늘 하나를 살펴보았다. 보송보송하고 촉촉해 보였지만, 흰색 외에는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더 자세한 구조를 관찰하기 위해 현미경 시료를 준비했다. 흰 부분을 조심스럽게 썰어 현미경 아래에서 관찰하려 했으나, 빛이 투과되지 않아 검은 덩어리로 보였다. 그래서 가는 침으로 살짝 긁어낸 곰팡이 부분을 슬라이드 글라스 위에 올리고, 물 한 방울을 떨어뜨려 커버 글라스를 덮었다.

문헌 조사

흔히 깐 마늘에 피는 곰팡이는 검은색이나 흰색으로 나타난다. 마늘에 검은색 곰팡이가 필 경우, 보통 검은아스페곰팡이(Aspergillus niger Tiegh. 1867)로 알려져 있다. 이 곰팡이는 아스페르길루스(Aspergillus) 속에서 아주 흔한 종이다.

흰색 곰팡이의 경우, Aspergillus candidus와 페니실리움 속(genus Penicillium)이 대표적이다. 두 곰팡이의 형태학적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아스페르길루스 속의 곰팡이는 포자생성구조인 분생자병(conidiophore)이 구형의 머리를 하고 있다. 끝부분에 둥글고 구형인 포자낭이 형성되고, 그 위에 포자가 배열된다. 포자낭은 흰색 또는 연한 크림색을 띤다. 반면 페니실리움 속의 분생자병은 가지가 나뉜 빗자루 모양(penicillate)을 형성하며, 가지 끝에 포자가 사슬 형태로 배열된다. 페니실리움 속의 포자는 처음에는 흰색이나, 시간이 지나면 청록색에서 녹색으로 변한다.

결과 1: 변색 과정

시간이 지나면서 곰팡이의 색상이 흰색에서 청록색으로 변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8월 28일부터 10월 7일까지 냉장고처럼 저온이지만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곰팡이가 비교적 천천히 자랐으나, 상온에서는 하루 만에 청록색으로 변했다.

결과 2: 분생자 형태 관찰

문헌 비교 결과

실험에 사용된 곰팡이는 상온에서 흰색에서 청록색으로 변하는 색 변화와 빗자루 모양의 분생자를 형성하는 특성으로 미루어 보아, 페니실리움 속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토의 및 결론

냉장고 속 마늘에 핀 흰곰팡이는 형태학적 특성상 페니실리움 속의 곰팡이로 확인되었다. 페니실리움 속은 전 세계적으로 약 300여 종 이상이 알려져 있다. 그중 다섯 종이 식품에서 흔히 발생한다. Penicillium chrysogenum은 페니실린을 생성하는 종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고, Penicillium expansum은 과일과 같은 농산물의 부패를 일으킨다. 특히 사과와 배에서 자주 발견된다. Penicillium roqueforti는 치즈 제조에 사용되며, 블루 치즈 등 다양한 치즈의 숙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Penicillium italicum과 Penicillium digitatum은 감귤류 과일의 부패를 일으키는 주요 곰팡이이다. 우리 집 마늘에 핀 흰 곰팡이는 Penicillium chrysogenum이나 Penicillium expansum으로 추정된다.이 두 종의 형태학적 차이점은 분생자의 구조, metulae, phialide, 포자의 크기와 형태, stripe의 표면 상태를 통해 구분할 수 있으며, 보다 정확한 동정을 위해서는 DNA 염기서열 분석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elearning.kocw.net, Microb11-05 곰팡이와 효모(A, B)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담수생물다양성 정보포털, 검은아스페곰팡이 https://fbp.nnibr.re.kr/

Houbraken, J., Samson, R. A., 2011. Penicillium and Aspergillus systematics in the genomics era. CBS-KNAW Fungal Biodiversity Centre.

권춘봉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