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전통 놀이 ‘팔씨름’, 국제 스포츠로 도약 꿈꾼다

2025-05-12

한 손을 테이블 위에 고정하고, 다른 손은 맞잡는다. 신호와 함께 둘은 온몸의 근육을 동원해 상대를 테이블로 밀어붙인다. 익숙한 장면이다. ‘팔씨름’이라는 말로 더 잘 알려진 이 스포츠, 암 레슬링(Arm Wrestling)이다. CNN은 13일 “오랜 시간 단순한 승부놀이 혹은 여흥거리로 취급받아온 이 종목이 최근 국제 스포츠계에서 주목받고 있다”며 “특히 아프리카 대륙이 이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고 전했다.

■ ‘팔씨름’을 넘은 정식 스포츠, 암 레슬링 : 암 레슬링은 단순히 팔의 힘만으로 승부를 가리는 종목이 아니다. 선수는 ‘풀러(Puller)’라 불리며, 손목 회전, 손가락 제어, 팔꿈치 축 이동, 상체 균형 등 전신의 정교한 기술을 동원해 상대를 제압한다. 체급과 성별에 따라 분류된 대진표도 복싱이나 레슬링과 유사하며, 선수별로 ‘탑롤’ 또는 ‘훅’ 등 다양한 전술 스타일이 존재한다. 세계암레슬링연맹(WAF)에 따르면, 이 종목은 1979년 캐나다 웨타스키윈에서 열린 첫 공식 세계대회를 기점으로 글로벌 스포츠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서 유사한 장면이 발견됐다는 주장도 있다.

■ “이젠 놀이가 아닌 스포츠” : 암 레슬링이 아프리카에서 최근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2024년 3월 가나 아크라에서 열린 제13회 아프리카 게임에서 암 레슬링은 역사상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 역사적 변화를 주도한 인물은 아프리카암레슬링연맹(AFA) 회장 찰스 오세이 아시베이다. 아시베이는 전직 방송 기자 출신으로 2016년 가나암레슬링연맹을 창립했으며, 2022년 아프리카 연맹 회장에 선출됐다.

■ ‘황금팔’의 등장…가나를 넘어 세계로 : 가나 대표팀은 이번 아프리카 게임에서 84개 암 레슬링 메달 중 41개를 획득했다. 남자 대표팀 주장 에드워드 아사모아는 90㎏ 체급에서 좌우 모두 금메달을 땄다. 경찰관 출신 여성 선수 그레이스 민타는 대회 2관왕에 이어 5개월 뒤 몰도바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가나 최초의 세계 챔피언에 등극했다. 민타는 “너무 자랑스럽다”며 “앞으로 더 많은 젊은 선수들을 키워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목표는 올림픽…아프리카의 스포츠 외교 도전 : 아프리카는 현재 9개국이 WAF에 정식 가입되어 있으며, 그 수는 계속 늘고 있다. 물론 아직 세계 무대에 비하면 갈 길은 멀다. 2024 세계선수권에서는 카자흐스탄이 52개 금메달을 포함해 159개 메달을 획득하며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고, 터키와 조지아가 뒤를 이었다. 아프리카에서는 이집트가 36위, 가나는 38위에 머물렀다. 아시베이 회장은 “카자흐스탄은 학교 체육 차원에서 이 종목을 양성하고 있으며, 매년 100명 이상 선수를 세계대회에 보낸다”며 “아프리카는 아직 후원과 투자에서 열세”라고 말했다.

■ 파라 암레슬링에서 올림픽까지 : 아프리카암레슬링연맹은 2027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리는 차기 아프리카 게임에서도 암 레슬링의 지속적인 정식 종목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장애인 암레슬링의 LA 2028 패럴림픽 진입은 무산됐지만, 중장기적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아시베이 회장은 “우리는 올림픽 무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고 머지않아 도달할 것”이라며 “그때가 오면 나는 마음 놓고 편히 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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