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0명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강당을 가득 채웠다. 그중에는 아마도 K팝 공연장을 찾았던 학생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무대에 오른 이는 색다른 아이돌, 회색 승복을 입은 한국의 법륜 스님이었다. 청중이 던지는 질문에 곧바로 답하는 즉문즉설, 한국 불교 특유의 대화 형식이 토론토 한복판에서 펼쳐졌다.
이 자리는 내가 이끄는 토론토대학교 로버트 H N 호 불교학센터가 공동주최한 행사였다. 캐나다 대학 강당에서 펼쳐진 즉문즉설은 비(非)한인 청중에게는 낯설면서도 신선한 울림을 주었다. 한국 불교의 한 장면이 학문과 일상의 경계를 넘어, 다문화적 청중 속으로 걸어 들어간 순간이었다.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은 설교나 강연보다는 ‘대화 실험’에 가까웠다. 학생들이 던진 질문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부터 윤회론이나 희생정신 같은 추상적 주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한 학생이 멀어져 가는 친구들을 마음속에서 놓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강을 건너야 하는데 뗏목이 눈앞에 있다면, 그걸 타야 강을 건너겠지요. 그런데 이제 길을 계속 가야 하는데, 그 뗏목을 짊어지고 가는 게 현명할까요?”
그 순간 잠시, 토론토의 강당이 아니라 고대 아테네의 아고라 한가운데 서서 소크라테스가 던진 질문에 얼떨결에 대답을 찾으려 애쓰는 제자가 된 기분이었다. 이론으로만 알던 소크라테스식 문답의 힘을 실감했다. 그 깨달음의 울림이 한국의 스님에게서 올 줄은 몰랐다.
캐나다에서는 정신건강이 사회적 권리처럼 다루어진다. 병원비뿐 아니라 상담비도 의료보험이 부담한다. 그런 환경 속에서 이날 즉문즉설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질문 반응적이거나 문제 해결적인 상담을 넘어, 자신의 마음을 비춰보는 성찰에 가까웠다. 불교와 심리학, 그리고 의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 대화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