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1팩에 28만원"…생활고 분노에 흔들리는 중동 [세계한잔]

2026-01-03

“마트에 가면 사람들이 가격만 확인하다, 결국 우유나 요거트조차 사지 못 하고 그냥 돌아가요.”

이란 테헤란에 사는 50대 주부 사가르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최근 현지 상황을 이렇게 정리했다. 한국의 된장 격인 이란 전통 식재료 '리그반 치즈' 가격이 몇 주 만에 한 팩에 600만 리알(약 20만원)에서 800만 리알(약 28만원)로 폭등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금세 텅텅 비던 가게 진열대에 팔리지 않은 치즈가 그대로 쌓여 있다고 사가르는 전했다.

중동 국가들이 경제난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란뿐 아니라 역내 주요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역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가장 심각한 곳은 이란이다. 지난달 28일 시작돼 전국 곳곳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이란 시위의 배경에는 생활고로 인한 극심한 분노가 있다는 것이 주요 외신의 분석이다. 오랜 경제난을 겪어 온 이란에서 최근 서방 제재와 전쟁 여파로 통화 가치가 더욱 붕괴해 생활비 부담이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다.

최근 이란 리알화 환율은 달러당 142만~145만 리알까지 치솟았다. 서방과 화해 무드를 조성했던 2015년 달러당 약 3만2000리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화폐 가치가 약 44분의 1로 폭락한 셈이다. 연간 물가상승률도 42%를 넘어 체감 물가는 더욱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결국 테헤란 상인들의 파업을 시작으로 분노가 터져 나왔고,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시위는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성남 민심에 이란 정부는 다급히 사태 진화에 나섰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정부는 국민 생계에 가해지는 압박을 잘 알고 있다”며 민심을 달래는 한편, 중앙은행 총재를 경질하고 통화 안정과 보조금 확대도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미봉책이 경제난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란의 개혁 성향 분석가 사이드 라일라즈는 “환율과 인플레이션 위기를 특정 인물에게 돌리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라며 “구조적 부패와 제재, 전쟁 비용이 근본 원인”이라고 FT에 말했다.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정치·경제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는 한 위기 극복은 힘들 것이란 뜻이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상황은 만만치 않다. 사우디는 중동 내 최대 산유국이지만 '풍족함'은 예전 같지 않다.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지며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어서다. 사우디 정부가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관광·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키우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국민 생활은 팍팍해졌다. 정부 지원금 등이 축소된 탓이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현지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달 기준 1.9% 상승을 기록했다. 주요 품목별로는 교육 서비스(1.5%), 개인 관리(6.6%), 음식점·숙박(1.1%) 등 부문에서 상승했다.

이로 인해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생활비 상승과 정부의 복지 정책 축소에 대해 비판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사우디 정부는 게시물 작성자를 체포하고 벌금을 물리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정부·왕실 비난과 풍자 등을 다룬 게시물이 사이버 범죄 방지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FT는 이를 두고 “경제난에 대한 불만을 디지털 단속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인권단체들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전쟁 비용이 국가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이스라엘 사회정책연구센터 타우브센터는 지난 5월 ‘2025년 국가 현황 보고서’에서 “이스라엘 경제는 매우 민감한 시점에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 이후 국방비가 급증해 재정적자와 국가 부채가 늘어 부채비율이 GDP 대비 약 70%까지 상승했다. 전쟁 전보다 1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 공동저자인 벤자민 벤탈은 “성장 없이 국방비가 늘면 민간 지출이 위축돼 성장 둔화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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