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판결과 대통령지정기록물

2025-01-19

‘버터플라이 효과’라는 것이 있다. 작은 변화가 시간이 흐른 후 기하급수적으로 커져 운명을 바꾸는 현상을 말한다. 세월호 참사 정보공개 판결로 윤석열 정부의 민낯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행적이 대통령기록물로 확인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1월9일 대법원은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기록관을 상대로 제기한 ‘세월호 7시간 관련 기록물’ 비공개 처분 취소소송에서 ‘대통령기록물로 봐야 한다’는 원심 판결(비공개)을 파기하고 공개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10년 만에 세월호 관련 기록물들이 대부분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소송의 쟁점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사법적 심사 제외 여부였다. 그동안 대통령이 퇴임과 동시에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분류하면 정보공개법과 관계없이 비공개를 최대 15년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내용 검토 없이 비공개 처분을 할 수 있었고, 행정소송을 하더라도 사법부에 대통령지정기록물이라는 이유로 열람·복사본을 제출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보호기간 설정 행위의 효력 유무에 대한 사법심사가 대통령기록물법에 의해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즉 정보공개법에 의해 판사가 직접 검토 후 공개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어떤 사회적 파장을 가져올까? 우선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는 대부분 끝났고, 사법적 처벌도 이루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참사 당시 ‘수면 중’이었던 것이 드러났다. 기록물도 대부분 행정적 보고와 상황 전파 관련 정보로 가득할 것이다. 새로운 진실이 공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엉뚱하게도 현 정부에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파장이 윤석열 정부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절차를 무시하고 은폐하는 국정운영을 해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출근차량도 허위로 출근시킨 대통령이다. 기가 막히다.

현 대통령실에서 어떤 시스템과 방식으로 대통령기록물을 생산하고 있는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국정운영의 중요한 회의는 ‘기록하지 않았다’는 답변으로 갈음했다. 계엄 선포 당시 기본요건에 해당하는 국무회의 회의록도 없어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은 공식적으로 생산하지 않는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공무원은 책임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록물을 남긴다. 이들은 보고를 하고 이행되지 않았을 때 맥락정보를 정리해둔다. 메모, 녹음, 비망록, 증거자료 등 다양한 형태로 남긴다.

헌재 판결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다면, 즉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할 대통령기록물을 정리하고 분류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때 대통령실은 여러 정치적 판단으로 기록물을 정리, 처분할 것이다. 과거에는 15년 동안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비공개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이관과 동시에 정보공개 청구가 쏟아질 것이다.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비공개를 할 수 없고, 사법부의 깐깐한 판단을 받아야 한다. 그 결과 민감한 대통령기록물이 국민들에게 공개되고 각종 국정 사태의 진실이 광범위하게 밝혀질 것이다.

이런 이유로 대통령기록물 훼손을 걱정하는 전문가도 있다. 법은 엄정하다. 대통령기록물 무단파기는 10년 이하 징역이며, 손상·은닉·멸실 또는 유출한 자는 7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공무원은 불법을 싫어한다. 쉽게 대통령기록물을 파기하기 못할 것이다.

세월호 대법원 판결은 지난 15년간 유지되던 대통령지정기록물 제도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높은 재량에 의해 지정된 대통령기록물임을 인정하더라도, 국회가 제정한 법(정보공개법)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현 정부는 어떤 기록을 남겼을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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