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전공의, '복귀 논의' 마라톤 회의…3대 요구안 압축

2025-07-20

지난해 2월 의정 갈등으로 수련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에 올릴 구체적인 요구안을 확정했다. 이달 말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복귀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대전협 비대위)는 1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 지하 1층에서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재검토를 위한 현장 전문가 중심의 협의체 구성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과 수련 연속성 보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를 위한 논의기구 설치 등 대정부 3대 요구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요구안은 참석한 138명(총 177명) 중 찬성 124명, 반대 8명, 기권 6명으로 가결됐다. 대전협이 최근 진행한 복귀 선결조건 및 우선순위 설문 조사 결과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 전공의들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료개혁 재검토, 불가항력 의료사고 소송 부담 경감, 수련의 연속성 보장, 수련환경 개선 등을 요구했었다.

의정 갈등으로 사직하기 전 전공의는 주로 암·중증·희귀 난치질환 등 고난도 진료를 하는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해왔다. 대전협 비대위가 지난 2~5일 전국 사직 전공의 84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복귀 선결 조건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련을 재개할 생각이 없다'고 답변한 전공의 중 72.1%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신경외과, 신경과, 응급의학과, 심장혈관흉부외과 등 필수의료 전공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련의 연속성 보장과 맞닿아 있는 것은 현재 입영 대기 중인 사직 전공의들에 대한 조치다. 입영 대기 중인 상태에서 복귀하면 수련이 끝나기 전까지 입대를 연기하고, 이미 입대한 전공의들도 전역 후 기존 수련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현재 입영 대기 중인 사직 전공의는 약 2400여 명이다. 병무청이 전날 전공의들의 9월 복귀에 대비해 의무사관후보생 편입 시점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혀 전공의 복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에 따르면 전공의는 의무사관후보생으로 병적이 관리된다.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를 위한 논의기구 설치 요구는 필수의료 기피의 대표적인 원인인 의료소송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의료계에선 불가항력 의료사고로 인해 의사가 감당해야 하는 민·형사상 소송 부담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실제 최근 의료 사고에 따른 배상금이 10억 원을 웃도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한성존 비대위원장(서울아산병원 전공의 대표)을 중심으로 지도부를 새롭게 꾸린 대전협의 이번 대정부 요구안은 의정 갈등이 불거진 지난해 2월 박단 전 대전협 비대위원장 체제에 발표했던 전공의 7대 요구안보다 압축된 것이다.

기존 대전협의 7대 요구안에는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 ▲의사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부당한 명령 전면 절회 및 사과 ▲업무개시명령 폐지 등이 포함됐었다. 대전협 집행부는 사태 해결에 속도를 내려면 요구안의 우선순위를 따져 대정부 협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전협은 '소통파' 한 비대위원장 체제로 재정비되면서 국회, 정부와의 소통에 물꼬가 트였고 국회, 전국 수련병원 단체와 잇따라 만나 전공의들의 수련 재개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해왔다.

앞서 이날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대전협 비대위) 위원장은 총회 전 모두 발언을 통해 "오늘 의결될 요구안은 이후 정부와의 대화에서 공식적으로 테이블에 오를 중심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무너진 중증 핵심의료를 재건하기 위해 젊은 의사들이 반드시 필요한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격려사를 통해 "새 정부와 국회가 의료대란을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오늘 임시대의원총회가 매우 시의적절하게 열렸다"면서 "사태 해결을 위해 의료계 전 직역의 힘과 뜻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5시에 시작된 총회는 논의가 거듭되면서 11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대전협 비대위는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해 의협, 대한의학회, 대한수련병원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 의료계 단체와 적극 논의할 예정이다.

<뉴시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