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주민 반대 여론 들끓자 기부 카드 꺼내
베이조스 재산 300조원대, 결혼식 비용 500억원대 추정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26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초호화 결혼식’을 올린다.

25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결혼식 초대장에서 하객들에게 “결혼 선물은 사양한다”고 밝혔다. 초대장에는 “함께해 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먼저 부탁드릴 게 하나 있습니다. 선물은 사양합니다. 대신 베네치아에서 함께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리며, 여러분의 명예를 기리기 위해 기부금을 모금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베이조스와 약혼녀 로런 산체스는 “베네치아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했다”며 “기부를 통해 베네치아가 앞으로도 여러 세대에 걸쳐 경이로움을 불러 일으키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초호화 결혼식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인 베네치아를 ‘부자들의 놀이터’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잠재우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텔레그래프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베이조스의 기부금이 베네치아 의회에 전달됐고 그 규모가 약 300만달러(약 41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베이조스가 이번 결혼식을 위해 쓴 비용은 4000만~4800만 달러(543억∼652억원)로 추정된다. 그의 재산은 220억∼234억 달러(295조∼313조원)로, 아마존 주가에 따라 달라진다. 베이조스는 여전히 아마존의 최대 주주로 약 8.6%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는 2019년 전 부인과 이혼한 뒤 방송기자 출신인 산체스와 약혼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관광 도시인 베네치아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관광객이 급증하며 소음과 사생활 침해, 집값 급등으로 원주민의 생활이 힘들어졌다.
관광객에 밀려 떠나는 주민이 늘면서 베네치아 역사지구 내 인구는 1961년 약 13만명 현재 5만명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베이조스가 사실상 도시 전체를 빌려 초호화 결혼식을 치르려 하자 현지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최근 며칠 간 도시 곳곳은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는 문구가 담긴 포스터로 도배가 됐고, 베네치아 명소 리알토 다리에는 결혼식 반대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결혼식 당일에 하객 진입을 막겠다는 저지 시위까지 예고된 상태다.
베이조스는 이에 보안을 우려하며 결혼식 장소를 시내 중심에서 외곽으로 옮겼다. 새 장소는 베네치아 동쪽 끝 카스텔로 지구에 있는 아르세날레 전시장으로, 배로만 접근이 가능하다.
결혼식에는 스타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킴 카다시안, 가수 믹 재거와 케이티 페리, 배우 에바 롱고리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부부 등 약 200명의 유명 인사들이 초대됐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