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빚더미 공기업, 정부 결단 필요하다

2024-10-22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났는데도 빚더미 공기업이 좀처럼 재무 개선을 못하고 있다. 정부가 재무 위험 공기업의 부채비율 개선을 공표한 지 벌써 1년이 넘는데도 이들 공기업의 절반 이상은 재무 개선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14곳 재무 위험 공기업 중 9곳 기업이 눈에 띄게 부채비율이 늘거나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통상 부채비율 200%를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부실기업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8월 말 한국전력을 포함해 가스공사·석유공사·광해광업공단·석탄공사 등 빚이 많은 14곳 공기업을 선정해 재무 위험 공기업으로 분류했다.

기재부는 이들 공기업에 대해 2026년까지 42조 2000억 원 규모의 중장기 재무관리 실행 계획을 세웠다. 재무 위험 기업으로 선정된 14곳의 공기업은 한전을 비롯해 한전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 등 발전 5개사, 한국수력원자력·지역난방공사·토지주택공사·가스공사·석유공사·광해광업공단·석탄공사·철도공사 등이다. 하지만 14곳 공기업 중 남동발전과 남부발전, 서부발전, 지역난방공사, 가스공사 등 5곳은 지난해 부채비율이 전년 대비 줄어들었다. 특히 남동발전의 경우 정부가 발표한 ‘2023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보면 32개 공기업 중 종합 1위를 획득했다. 정부가 경영평가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가 부채비율이다. 남동발전의 부채비율은 2021년 147.7%에서 2022년 126%, 2023년 124.3%로 3년 연속 감소했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공기업이 적잖은 점을 고려할 때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 상당히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또 남부발전(148%→141%), 서부발전(349%→281%), 가스공사(500%→483%) 등이 부채비율을 줄였다. 반면 한전은 부채비율이 2022년 결산 기준 459%에서 지난해 543%로 84%포인트나 증가했다.

한전의 누적된 부채가 200조 원이 넘는 등 한해에만 이자로 4조~5조 원을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한전의 부채비율이 530%로 소폭 감소했다. 한전 외에도 같은 기간 한국수력원자력(165%→185%), 철도공사(223%→238%), 중부발전(199%→202%) 등 3곳은 부채비율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한국광해광업공단을 비롯해 대한석탄공사·한국석유공사 등 3곳은 여전히 자본잠식 상태다. 특히 광업공단이 심각하다. 광업공단은 2021년 9월 한국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이 통합했는데 그해만 자본잠식이 없었다. 현재 광업공단은 연속 적자에 2조 5000억 원이 넘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정부의 추가 자본 납입 등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자체 해결이 어려운 지경이다. 광업공단은 2023년 말 기준 총자산은 5조 4698억 원, 부채는 8조 120억 원으로 무려 2조 5422억 원 자본잠식 상태다.

광업공단은 부채와 자본잠식 규모를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5년간 총 1조 5923억 원의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시행할 방침이라고 한다. 정부가 광업공단처럼 빚더미 공기업을 방치할 경우 또다시 금융 비용만 크게 늘어나 나중에는 더 큰 비용으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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