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양성평등은 멀리 있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집과 학교, 그리고 직장에서 스며드는 작은 존중 속에서 자라난다. 겉으로 드러나는 거대한 제도나 구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배려와 존중의 실천이다.
가정은 평등이 싹트는 가장 작은 공동체다. 부부가 서로의 하루를 묻고 들어주는 순간, 부모와 자식이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는 대화 속에서 평등은 자라나고 있다. 저녁 식탁에서 아버지가 요리를 하고, 어머니가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리는 풍경은 그 자체로 화목한 가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장면은 단순한 역할 분담을 넘어,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의 삶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한 존중은 아이들에게 무언의 교육이 되어, 성별과 관계없이 서로를 대등하게 바라보는 눈을 길러준다. 결국 작은 역할의 교류가 곧 존중의 시작이며, 이는 평등의 가장 단단한 밑바탕이다.
학교에서의 평등은 또 다른 모습으로 드러난다. 교실에서 남학생과 여학생이 함께 반을 이끌고, 운동장에서 함께 뛰놀며 땀 흘리는 모습은 서로를 동등하게 바라보는 힘을 보여준다. 시험이나 과제를 통해 서로의 역량을 인정하고, 토론 수업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존중받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평등의 의미를 몸으로 체득하게 한다. 성별이 아닌 능력과 성실함으로 평가받는 경험은 훗날 더 큰 세계에서 중요한 자산이 된다. 학교가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공간을 넘어,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협력하는 문화를 배우는 공간이 될 때, 평등은 아이들의 삶에 뿌리내린다.
직장은 양성평등이 더욱 현실적으로 드러나는 곳이다. 성별이 아닌 능력과 열정을 바탕으로 평가받을 때, 남성과 여성이 함께 만들어내는 성과는 더욱 견고하다. 회의실 안에서 모든 목소리가 존중받고,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조직은 건강해진다. 육아휴직과 같은 근무 제도가 성별과 관계없이 공평하게 적용되는 직장은 누구에게나 편안한 일터가 된다. 사회가 제도를 통해 공정한 기회를 보장할 때, 직장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협력과 신뢰가 자리 잡을 수 있다.
양성평등은 선언문 속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화려한 구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다. 가정에서 부모가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학교에서 학생들이 동등하게 발언하며, 직장에서 성별과 관계없이 공정하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 이 작은 순간들이 모여 사회를 바꾼다. 그렇게 쌓인 존중의 경험은 결국 우리 사회 전체를 단단하고 따뜻한 공동체로 이끈다.
양성평등은 ‘거창한 이상’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가에 달려 있다. 사소한 배려와 존중이 모여 가정은 더 따뜻해지고, 학교는 더 협력적이며, 직장은 더 공정해진다. 그리고 그 모든 일상의 실천들이 이어질 때, 우리 사회는 평등이라는 큰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갈 수 있다. 양성평등은 먼 미래의 약속이 아니다. 바로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는 현재의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