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함께하는 스타트업의 미래] ⑭ 이진희 팀플백 대표

2024-10-01

【 청년일보 】 "세계의 한계는 언어의 한계이다."

20세기 현대 철학계의 큰 축을 그은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은 인간의 언어적 사고능력에 관해 이같이 강조했다.

인간의 이성과 사고는 결국 '언어'에서 출발하며, 인간의 언어적 능력은 관념은 물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자 도구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인공지능(AI)의 상업적 활용이 본격화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한 21세기, 사회는 미래 세대에게 AI 그 이상의 존재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창의적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모든 이성 및 사고가 출발하는 언어 즉, 글에 관한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미래 세대를 이끌어갈 초·중·고 학생들에게 '글'은 점차 멀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국어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30대 교사 A씨는 "요즘 학생들에게 '글' 역량을 키우는 문제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면서 "눈만 돌리면 디지털 기기를 만질 수 있는 세상에서 글쓰기와 읽기 능력의 필요성을 인지시키고, 관심을 유도하는 게 정말 어려운 문제"라고 토로했다.

교사 A씨의 이러한 우려는 단순히 교육계 일각의 기우가 아니다. 실제 국제학업성취도(PISA) 지표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읽기' 분야 기초학력 미달 학생비율은 지난 2009년 5.8%에서, 2022년 14.7%로 3배 가까이 늘었다.

2010년이 스마트폰 대중화의 원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시기를 전후로 학생들의 문해 역량이 크게 저하된 것이다.

이와 같은 교육계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초·중·고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 및 문해력 향상을 위해 생성형 AI 등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글쓰기 교육 프로그램 '자작자작(自作自作)'을 개발·공급하는 '팀플백(TEAMPL100)'이다.

◆ "글쓰기는 인간 '내면의 소통' 과정"…"자작자작 통해 학생에 도움 되고파"

팀플백을 이끄는 이진희 대표는 평소 '글쓰기의 유익함' 그 자체에 대한 높은 관심이 자신을 창업의 길로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아버지가 작가 활동을 오랫동안 하셨기 때문에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라면서 "개인적으로 글쓰기도 굉장히 좋아했고, 팀플백을 창업하기 이전인 지난 2016년에는 아마추어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 플랫폼을 운영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솔직히 말하자면 당시 해당 서비스는 사업적인 성과는 미흡했지만, 당시의 노하우를 교육 영역에 적용해 글쓰기 플랫폼을 제공하자는 생각을 했다"라면서 "그렇게 탄생한 것이 자작자작이라는 글쓰기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전했다.

자작자작은 학생의 학습 인지능력 향상 및 정서지능 계발을 위해 설계된 글쓰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에게 '스스로 글 쓰는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 다양한 주제를 제안하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다채로운 표현과 레토릭(rhetoric)을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피드백해 준다는 특징이 있다.

이 대표는 자작자작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사업이 단순히 기업으로서의 수익적 측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글을 쓰는 과정에서 한 명의 인간이 내면적으로 얼마나 풍부해질 수 있는지, 또 진중한 내면의 소통을 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체감해 왔다"라며 "자작자작에는 학생들이 학습과정에서 스스로 개념적 인지를 돕기 위한 목적과 함께 내적 소통을 통해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역량을 쌓았으면 하는 개인적 소망이 담겨 있다"라고 부연했다.

◆ "주체적 글쓰기가 최우선 목표"…풍부한 데이터 통해 AI 편향성 '차단'

이 대표는 디지털 프로그램을 통한 글쓰기 교육이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본격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2018년 자작자작이 처음 출시됐는데, 그 당시만 해도 글쓰기 교육이 디지털로 이뤄질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라며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학교 현장에서는 글쓰기 교육을 대부분 선생님들이 하나하나 첨삭·교정해 주는 형태로 진행돼 교사는 물론 학생들의 피로감이 굉장히 높아진다는 문제점이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교사의 피로도를 완화하고, 글을 써낼 수 있는 환경을 디지털로 전환해 학생들에게 조금 '재미있는' 교육방식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개발하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자작자작은 각각의 교사가 자신의 의도에 따라 적절한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기능이 포함돼 있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다양한 카테고리를 통해 자신의 교육 프로그램을 구체화하게 된다.

이후 교사는 학생들에 자신의 교과목에 대한 글쓰기 과제를 제시할 수도 있고, '성찰적 글쓰기(inner writing)' 등의 주제도 포함해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

교사로서는 비단 교과목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학생 개인의 언어적 능력을 함양하는 데 보다 원활하게 도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교사의 직접적인 평가항목에 맞춘 AI 피드백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 교육적 글쓰기를 현장에서 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이어 실제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글을 쓰는 과정에는 탑재된 AI가 기본적인 맞춤법은 물론 문장 및 맥락 교정을 돕는다. 이를 통해 학생은 스스로 자신의 글을 교정하고, 다양한 글을 참고하며 보다 완성도 높은 글을 써 내려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는 교육에 AI를 활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편향성' 문제도 세심히 고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자작자작의 취지는 학생이 글을 본인의 힘으로 완성하게끔 하는 데 있다"라며 "스스로 역량으로 글을 완성한 뒤 수정 과정에서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전반적인 프로세스이며, AI가 처음부터 글을 대신 써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AI가 글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향성 문제를 중요하게 인지하고 있다"라며 "자작자작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7년 이상 쌓은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학생이 스스로 비판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스타일 및 형식의 글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 7년간 교육 현장서 데이터 학습…"독보적 기술 역량 자신"

이 대표는 자작자작을 실제 교사와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으로 개발하기 위해 7년 이상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반영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았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자작자작의 AI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장장 7년의 시간을 쏟았다"라면서 "자작자작 최초 버전은 AI 기능이 들어가 있는 상태는 아니었고, 글쓰기 교육에 있어 몇 가지 유용한 기능을 공교육 현장에 제공해 주는 수준이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AI를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데이터가 필요한데, 교육 현장과 동떨어지지 않은 '살아있는' 데이터를 위해 공교육 현장에서 프로그램을 적극 알렸다"라며 "공교육 내부에서는 학생에 교육해야 하는 과정, 범위 등에 대한 가이드가 있기 때문에 그 틀 안에서 완성된 글을 비교적 수월하게 수집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기간 수집한 데이터를 국가 연구개발(R&D) 과제 등을 통해 고도화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수년간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대규모 언어모델(LLM)도 자작자작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부연했다.

실제 현재 팀플백은 협약을 통해 오픈AI(OpenAI)의 챗GPT(ChatGPT),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X)를 활용해 자작자작을 보다 발전시키고 있다.

이 대표는 수준 높은 데이터와 기술로 완성된 자작자작이 경쟁사의 유사 프로그램 대비 독보적 성능을 자랑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러한 성능을 기반으로 실제 성과 역시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재 국내에 초·중·고등학교가 약 1만여개가 있는데, 약 30% 이상이 팀플백의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라며 "올해 서울시교육청과 계약하면서 서울시내 전체 초·중·고등학교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을 정도로 확실한 사업적 성과를 내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현재 각 시도 교육청들도 팀플백 도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어 "이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실제 실증사업, 평가를 통해 매우 세부적인 교육 현장의 필요와 요구를 오랜 시간에 걸쳐 프로그램에 잘 녹여왔기 때문"이라며 "서비스 초창기에는 문전 박대를 당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자작자작을 통한 교육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을 교육 현장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어필해 주는 상황"이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 '청와대'에 알려진 팀플백 역량…"미래 교육에 적합한 도구될 것"

이 대표는 팀플백의 사업을 이끌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6년 전 전교생이 6명뿐인 강원도의 한 초등학생들의 이야기를 꼽았다.

그는 "전교생이 6명인 작은 학교였는데, 이 학생들이 자작자작을 통해 한 학기 동안 글을 쓰고, 프로그램에 탑재돼 있는 책 제작 기능을 통해 자신들의 일상을 담은 '동생은 외계인'이라는 제목의 책을 만들어 청와대에 보낸 적이 있다"라며 "운이 좋게도 당시 청와대에서 우편을 받고, 학생들에 자필로 답신을 보내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에 보낸 책을 만드는 데 자작자작이 활용됐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작은 규모의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었다는 것"이라며 "바로 이 부분에서 굉장한 뿌듯함을 느꼈다"라며 미소지었다.

이 대표는 에듀테크 산업에 종사하는 스타트업으로서 한국 교육의 혁신에 활용될 수 있는 생산적인 도구를 만들고, 이를 통해 교사와 학생이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그는 "교육 자체를 혁신하는 건 사실 스타트업의 역할이 아니라, 교육 전문가들의 역할"이라며 "이미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는 교사들은 물론 교육청, 교육부와 같은 정부 기관들까지 교육 혁신을 위해 애쓰고 있는 이들이 너무도 많다"라고 짚었다.

이어 "교육 혁신의 과정에서 이러한 전문가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맞춰 필요한 도구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에듀테크 스타트업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이를 위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성찰적 글쓰기 확장이 목표"…내년 성인 대상 '이너라이팅 글쓰기' 론칭

이 대표는 글쓰기를 통해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고, 치유하는 과정을 성인들을 대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자작자작의 다음 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팀플백은 언제나 타인을 위한 글쓰기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글쓰기 즉, '성찰적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며 "자작자작이라는 프로그램도 학생들이 글쓰기를 통해 건강하게 자아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이미 '치유 또는 저널 글쓰기'라는 이름으로 심리 치료에 글쓰기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미래에는 성인들의 정서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 기법을 한국의 상황에 맞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실제 이 대표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한국형 이너라이팅 글쓰기 프로그램(가칭)'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누군가에게 인생의 변화와 전환점이 필요한 순간 자작자작 글쓰기를 떠올릴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알아가고,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났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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