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치과의사, 세대를 잇는 다리 위에서

2025-11-12

필자는 치과의사라는 진로를 선택했을 때부터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치과의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고, 그래서 언어 공부에도 많은 시간을 쏟았다. 세계치과의사연맹(FDI)에서 활동하는 일은 오랫동안 품어온 바람이었다. 그런 FDI 총회에서 최연소 상임위원으로 선출되었을 때 놀라움이 먼저였고, 동시에 커다란 책임감이 뒤따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기에, 회원국들의 직접 투표로 만들어진 이 자리가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최연소’라는 수식은 영광이지만, 부담도 크다. 임상 경험과 조직 경험이 풍부한 분들이 많은데 왜 나를 선택했을까. 여러 대표단의 답은 단순했다.

“젊은 치과의사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국제회의에 참석하다 보면 문화와 환경은 달라도, 많은 나라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음을 느낀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젊은 치과의사들의 협회 이탈 문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젊은 치과의사들의 협회 가입률은 낮은 편이다. 미국치과의사협회(ADA)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신입 치과의사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신설하고 이사회 투표권을 부여하는 등 여러 대안을 모색 중이다.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치과계 전체가 세대 간 연결 방식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협회 가입률 저하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적·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기도 한다. 영국에서는 젊은 치과의사들이 고용된 병원에서 과잉진료를 요구받아 협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뉴질랜드에서는 졸업 초기의 치과의사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크라운 시술을 기록했는데, 환자의 다수가 18세 미만이었다. 결국 이 사안은 사회적 논란과 법적 절차로 이어졌다. 일본의 경우, 치과의사 평균 연령이 63세에 달한다고 한다. 국가의 고령화뿐 아니라, 치과계 내부의 세대 고령화도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국가 치과의사협회가 ‘젊은 치과의사 세대의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어떻게 해결할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많은 젊은 치과의사들이 협회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무관심’이라기보다, 자신들의 현실과 고민이 치과계 의사결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임상 현장이 점점 더 경쟁적으로 변화하고 생업의 무게가 커지는 상황에서, 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소통과 지원방식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문제는 단순히 ‘젊은 세대의 참여 부족’이라는 차원에서만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치과계 전체가 변화한 환경 속에서 어떤 역할을 새로 정의해야 하는가 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번 선출 직후 FDI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Young Dentists Community Task Team’을 새롭게 발족했고, 필자도 그 팀의 일원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선출 직후 이렇게 빠르게 팀이 구성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FDI 본부가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얼마나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는 단순한 조직 변화가 아니라, 미래 치과계의 방향을 함께 모색하자는 선언처럼 느껴졌다. 이 태스크팀의 목표는 명확하다. 젊은 치과의사들이 로컬 진료 외에도 연구, 교육, 공중보건, 국제 활동 등 다양한 영역으로 커리어를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동시에, 초기 경력의 불안정함과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각국 치과의사협회가 젊은 세대에게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함께 논의하고 있다.

이 여정 속에서 여러 선배님들의 존재는 큰 힘이 되었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 치과계를 빛내 주신 박영국 FDI 차기 회장님, 이지나 FDI 전 상임위원님, 그리고 FDI 현 상임위원이신 최연희 교수님을 비롯해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으신 많은 선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또한 여러 국가 치과의사협회들이 보여준 따뜻한 지지와, 다음 세대를 향한 진심 어린 열정과 배려에도 깊이 감동했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금, 젊은 치과의사는 단순한 ‘젊은 인력’이 아니다. 지금의 젊은 치과의사 세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두 세상을 모두 경험한 “연결의 세대”다. 우리는 디지털기기, AI, 그리고 환자 경험의 변화 속에서 세대 간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나이는 한계나 장애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대를 연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선배님들께서 열어 주신 길 위에서,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전하되 세대를 잇는 다리로서 그 역할을 이어가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후배들이 “그 길을 따라갈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도록, 그 길을 조금 더 단단히 다져가고 싶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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