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니 총리, 극우성향 집권당에 "전체주의 향수에 빠지지 말라"

2024-07-03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강력한 극우 성향으로 한때 유럽 정계에서 '여자 무솔리니'라고 불렸던 조르자 멜로니(47) 이탈리아 총리가 2일(현지시간) 자신이 당수로 있는 집권당 '이탈리아형제들(Fdl)'을 향해 '전체주의에 대한 향수와 반유대주의, 인종차별주의'에 빠지지 말라고 촉구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날 당 고위 당직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나는 최근 일부 청년 당원들의 처신 때문에 우리 당이 어떻게 비칠지에 대해 분노하고 또 슬퍼하고 있다"고 말했다.

멜라니 총리의 이날 반응은 최근 이탈리아 현지 매체 팬페이지(Fanpage.it)가 '이탈리아형제들' 청년 부문에 잠입 취재한 내용을 보도한 이후,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팬페이지 보도에 따르면, Fdl의 청년 당원들은 자기들끼리 파시스트 경계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파시스트 구호가 적힌 스티커를 뿌리라고 독려했다. 또,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파시스트 독재자였던 베니토 무솔리니를 찬양하고, 나치의 구호였던 "승리를 위하여(Sieg heil)"을 외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팬페이지 보도는 멜로니가 비록 파시즘의 잔해에서 탄생한 정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도 그에게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며 "멜로니는 당이 과거를 멀리하고 자신은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멜로니는 파시즘과 결별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에 나설 뜻도 내비쳤다. 그는 편지에서 "우리 당에는 적들이 우리에 대해 만들고 싶어하는 이야기에만 도움이 되는 캐리커쳐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 자리가 없다"면서 "나와 당은 우리를 뒤로 가게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함께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이탈리아형제들(Fdl)' 대변인은 "언론 보도에 등장한 2명의 청년 당직자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고 밝혔다.

한편, 멜로니는 지난 2022년 10월 취임 이후 대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취임 당시 유럽 정계에서 무솔리니 이후 가장 극우적인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강한 이탈리아를 내세우며 반이민·반유럽연합(EU) 등을 내세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집권 이후 온건 실용주의 노선을 취하며 유럽을 안심시켰다. 취임 때 내세웠던 '반EU' 공약에서 물러나 'EU 개혁'으로 수위를 낮췄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EU 주류 보수와 극우 진영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최근 유럽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떠오르고 있다.

ihjang6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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