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사각지대 내몰리는 ‘이주 배경 청소년’

2024-10-23

다문화 학생 10년 새 3배 증가

조사 주체별 통계 결과 제각각

전체 규모 정확한 파악 어려워

관리 부실 탓 사회 부적응 우려

제도·사회적 관심 촉구 목소리

# 엄마를 따라 한국으로 들어온 카자흐스탄 국적의 A(11)군은 또래와 다른 얼굴과 큰 체격으로 학교에서 친구들과 충돌하기 일쑤다. 한국어가 서툴러 친구도 없어 방과 후에는 늘 모국 출신의 어른들이 있는 사원에 가 종교 교리를 배운다. 한국 정서에 적응하지 못한 채 하고 더더욱 사원 안으로 몸을 숨긴다.

# B(21)양은 중국에서 태어나 출생신고도 하지 않고 5살 때 한국에 왔다. 중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가 결혼해 아버지 호적에 올랐으나 8살 때 서류상 오류가 발견돼 국적이 취소됐다. ‘무국적자’ 상태로 스무살까지 살아온 그녀는 돌아갈 나라도, 남아있을 나라도 없었다. 다행히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의 도움으로 유학비자를 얻어 계명문화대에 입학해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다문화 시대에 이주민들이 급증했지만 이주배경 청소년들은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와 정체성 혼란부터 사회적 소외까지 문제가 잇따르고 있지만 통계나 관리책은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23일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다문화 학생은 18만1천178명으로 전체 학생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이 기준 다문화 학생은 국내출생 또는 중도입국한 국제결혼가정 학생, 외국인가정 학생을 말한다. 미등록 상태지만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도 포함됐다. 다만 미취학·중도탈락 등 학교밖 아동·청소년은 포함되지 않는다.

법무부가 집계하는 외국인 연령별 현황에는 5~19세 외국인이 지난해 말 기준 8만9천64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역시 등록된 외국인만을 기준으로 해 미등록 아이들은 제외됐다.

행정안전부에서 활용하는 통계는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현황 중 ‘외국인주민 자녀’다. 2022년 말 기준 외국인주민자녀는 총 28만2천77명으로 통계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세 통계 모두 통계 산출 시점과 연령 기준도 달라 전체 규모가 불명확한 상황이다.

청소년복지지원법에 따르면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이란 다문화가족 청소년이나 그 밖의 국내로 이주해 사회 적응·학업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을 뜻한다. 한국 국적인 다문화가족 구성원, 재외국민 청소년과 외국 국적인 결혼이민자의 전 자녀, 외국인 근로자 자녀, 재외동포, 재한 외국인 등이 포함된다.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10년 전보다 3배 이상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통계는 용어와 관점에 따라 제각각인데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사회 부적응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배경청소년들은 사회적 편견과 미숙한 한국어 능력,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다. 연령이 높을수록 스트레스 수준이 높고 모국문화수용성이 한국 적응력보다 더 높다. 한국 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면서 학업 성취도가 낮고 진로 역량도 부족한 실정이다. 체류 자격도 불분명해 한국과 출신국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고 일부는 강제추방도 당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주배경청소년들의 교육권 보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민주 경성대 한국문화교육학과 조교수는 “이주배경청소년들이 학습 언어를 배우기에는 시간이 촉박하고 한국 교육과정을 듣는 것도 불가능해 중고등학교애서 학습이 처지게 되고 70% 이상이 중도탈락 할 수 밖에 없다”며 “외국 국적 청소년의 경우 유학생 비자가 장기간 한국에 머무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데 교육이 되지 않으면 대학에 진학할 수 없어 불법으로 전락할 위험이 상당히 커진다”고 지적했다.

윤미애 오디에스 다문화교육 연구소장은 “아이들은 이질적인 사회에 대해 생각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도 없고 학교 선생님 외에는 지도해 줄 사람이 마땅하지 않다.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이 많지만 사건화가 되지 않으면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건화가 되기 전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이 잘 적응하도록 사회적 관심을 갖고 들여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예지기자 r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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