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이 제3국에서 환적하는 방법으로 관세를 피하고 있다는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 보고서를 바탕으로 중국산 수납장이 말레이시아 환적을 거쳐 미국으로 공공연하게 수입됐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 수납장 시장 규모는 375억달러(약 54조원) 규모로 이 중 대부분이 수입품이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2018년 당시 중국산 수납장에도 관세를 부과했다.
여기에 더해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0년 중국산 수납장에 반덤핑 관세 262%를 매겼다.
중국 기업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 공장을 짓고 원자재를 들여와 제품을 만들었다. 일부 업체는 이들 국가에 제품을 보내 원산지를 바꿔치기했다는 게 보고서 설명이다.
보고서를 보면 중국 업체 칭다오하이옌그룹이 말레이시아 경유를 통해 원산지를 속이고 관세를 회피한 혐의와 관련, 미 당국자들이 2022년 말 말레이시아의 한 창고를 조사해 선적 대기 중이던 목제 수납장 박스 더미를 찾아냈다. 제품에는 '중국산'이나 '말레이시아산' 표시가 찍혀있었다.
하이옌 측은 미국의 주요 수납장 제조사 및 유통사들에 납품해왔으며, 조사는 주방용 수납장 업계로 확대됐지만 업체들은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해당 문제를 제기한 미국 업체 캐비넷투고 관계자는 "아무도 (관세 회피 문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미국 '주방수납장 제조업자 협회'(KCMA) 관계자는 "이는 일종의 야바위"라면서 기업들이 매우 저렴한 중국 제품을 수입하다 보니 미 국내 기업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미 상무부는 중국산 합판을 사용하는 목제 수납장과 관련, 반덤핑 명령의 관할 범위에 속하며 말레이시아·베트남 공급업자들은 중국산 부품을 쓰지 않았음을 인증해야 한다고 지난 7월 판단한 바 있다. 이 문제는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서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다.
중국 기업들의 이러한 관행은 수납장뿐만 아니라 매트리스와 태양광 패널 등 여러 제품에서 이뤄졌고, CBP는 지난해 조사를 통해 수입업자들이 5억달러(약 7250억원) 규모 관세를 회피하려던 시도를 막았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