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기억] 시소가 된 손수레

2024-11-29

놀이기구 시소는 윈윈을 실현한다. 양쪽이 번갈아 가며 공평하게 상대를 띄워주니 손해 보는 쪽이 없다. 내가 그를 올려주고 그가 나를 올려준다. 혼자는 탈 수 없으므로 반드시 상대가 필요하다. 같이 신나게 시소를 타던 친구가 가버리고 나면 방금까지 친구가 앉았던 시소의 빈자리는 허공에 붕 뜨고 반대로 지남철처럼 땅에 붙은 시소에 앉은 나는 더 이상 떠오를 수가 없다.

놀이터와 놀이기구가 변변치 못하던 시절에도 아이들은 얼마든지 재미있게 놀았다. 골목길에 잠시 세워둔 손수레 한 대에 다섯 명의 아이들이 달라붙었는데, 기운차게 떠오른 한 아이가 다른 네 명을 올려주면 이어서 네 명의 무게가 한 아이를 높이 띄워준다. 시소(seesaw)라는 단어의 어감 그대로 “보이니, 보았다”를 반복한다. 멀리서 손수레 주인이 손사래를 치며 달려오기 전까지 아이들에게 이것은 즐거운 시소일 뿐이다. 그래도 앞에 앉은 아이는 부지런히 망을 보는 표정이다. 갑자기 주인이 나타나 재빨리 도망쳐야 할 때 가장 불리한 안쪽에 있어서일 것이다. “이놈들아, 타이어 터진다~”라는 외침이 들리는 순간 우르르 도망칠 이 개구쟁이들은 그러나 금세 다른 골목에서 또 다른 놀잇감을 찾아낼 것이다. 온종일 동네를 다 헤집고 몰려다니며 신나게 놀다 보면 하루해가 짧고 당연히 아이들의 밤잠은 곤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무탈하게 자란 것 같다. 공부하라고 과하게 다그치는 어른들도 없었고 값비싼 장난감이나 오락기구가 없어도 친구들과 어울리면 괜히 웃음부터 나와서 킥킥거렸다. 골목의 담벼락은 멋진 벽화 대신 아이들의 낙서로 채워졌다. 그때는 그럭저럭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까지 마치거나 드물게는 대학을 나와 저마다 자기에게 맞는 자리에서 어른이 되었다. 요즘에는 돈이 없어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시절엔 결핍이 있어도 마음만은 가난하지 않았던 것 같다.

김녕만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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