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멤버 평균 나이 78세, 中서 571억 투자 받아 화제

2024-07-06

얼마 전 중국의 핵 과학 연구원 첸지후이(錢勣惠)의 창업 프로젝트가 총 3억 위안(약 571억 4700만 원)의 시리즈 C 자금 조달을 받았다. 수많은 창업 프로젝트가 탄생하고 있는 요즘 굳이 이 프로젝트가 주목받은 이유는 따로 있다. 창업 당시 팀 구성원의 평균 나이가 70세였기 때문이다. 2016년에 결성된 팀의 초창기 멤버 세 명의 평균 나이는 이제 78세가 됐다.

팀의 리더인 첸지후이는 중국의 핵 과학 연구원이다. 1937년생인 그는 올해 87세로 젊었을 때 대학교수로 일했고 55세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역임했다. 2016년 당시 78세였던 첸지후이는 원자력 연구소의 초대 부소장을 지낸 76세 리마오량(李茂良), 51세 차이지밍(蔡繼鳴)과 함께 뉴루이터(紐瑞特)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는 현재 차이지밍이 주로 관리하고 있으며 얼마 전 3억 위안(약 571억 4700만 원) 시리즈 C 자금 조달을 완료했다. 청두 커촹(科創·과학혁신), 쓰촨 벤처 캐피탈, 촨롄(川聯)금융 홀딩스, 스타 캐피탈(星空資本·STARCAPITAL) 등 여러 유명 투자 기관이 잇달아 자금을 투입해 뉴루이터의 미래 발전에 강력한 추진력을 불어넣었다. 이에 앞서 뉴루이터는 20여 개 투자 기관과 산업 측의 지원을 받아 독특한 창업 모델과 시장 전망을 인정받기도 했다.

보통 투자자들은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창업가를 지원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대학생 창업 지원 프로그램은 익숙하지만 퇴직자를 위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은 낯선 까닭이다.

힌트는 뉴루이터가 속한 분야에 있다.

바로 핵약(nuclear pharmacy)이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방사성 물질을 이용하는 분야인데 사실 핵약의 개념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최초의 핵약 중 하나인 방사성 요오드화나트륨은 오늘날까지도 갑상선 질환 치료에 중요한 약물로 쓰인다. 중국 원자력 과학 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핵 의약품 시장 규모는 119억 달러(약 16조 5374억 3000만 원)이며 중국의 핵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127억 위안(약 2조 4202억 3900만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핵약의 시장 잠재력과 비교하면 인재 풀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문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핵약은 원자력 공학에 대한 배경지식과 생명 과학에 대한 이해가 모두 필요한 학제 간 학문으로 오늘날 세계의 많은 핵 제약회사도 처음에는 전문 핵 과학팀에서 발전했다.

첸지후이의 뉴루이터를 예로 들면 해당 팀은 거의 핵 과학 국가대표 출신이라고 할 수 있다. 설립자 중 한 명인 리마오량은 1980년대 초반 미국 미시간 대학교에 방문학자로 연수를 다녀왔는데 당시 연구 주제가 핵약이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시장 여건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의 핵 의약품 지원 기술과 인프라는 그다지 포괄적이지 않았다.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도 최근 몇 년의 일이다. 특히 2021년에는 8개 국가 부처가 공동으로 의료용 동위원소 개발을 위한 장기 계획을 발표했고 지원 정책과 시설이 개선됨에 따라 해당 산업의 중요성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결국 핵약의 기술적 세부 사항이 주된 이유는 아니었다. 오히려 첸지후이의 창업 경험을 통해 나이 많은 창업가가 어떻게 자신의 강점을 잘 활용했는지 배울 수 있다.

앞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소유의 월간 경영학 잡지)는 20개국에서 온 직원 10만여 명의 표본을 집계한 설문조사를 발표한 바 있다. 목표는 직장에서 발휘되는 노인의 강점을 찾는 것이었는데 그중 몇 가지 중요한 결론에 첸지후이의 팀이 모두 부합한다고 한다.

첫째, 인간의 지혜는 결정(晶體) 지혜와 유체(流體) 지혜로 나뉜다.

유체(유동적) 지혜는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추상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말하며 나이가 어릴수록 발달한다. 결정 지혜는 기존 지식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이 유형의 지혜는 나이에 상관없이 계속 강해질 수 있으며 창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창업의 본질인 비즈니스를 하려면 늘 사람을 상대하고 결과를 내야 하는데 이때 인간의 결정 지혜가 아주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전에 미국 국가 경제 연구소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상위 0.1% 기업의 창업자 평균 연령이 45세라는 통계를 발표한 바 있다. 50대 창업자는 30대 창업자보다 창업 성공 확률이 1.8배 높았다.

둘째, 노년층이 직장에 복귀하면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과거에는 나이 먹고 은퇴하지 않는 것이 젊은이들의 승진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에 있는 나이 든 사람들이 젊은이들의 밥그릇을 뺏기는커녕 오히려 일자리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첸지후이의 사례가 그렇다. 핵약은 비교적 새로운 분야로 누구의 기회도 빼앗지 않으면서 그들 뒤를 이을 젊은이들의 선택 폭을 넓혔다.

또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나이 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은퇴하는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은퇴할 것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일선에서 물러나 멘토가 되거나 무대 뒤에서 컨설턴트가 되어주는 식이다.

현재 뉴루이터는 미국에서 공부하는 박사들을 다수 영입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팀 인원도 당초 3명에서 200여 명으로 늘어났다. 공동창업자 리마오량은 건강상의 이유로 회사를 그만뒀고 첸지후이도 차이지밍이 이끄는 젊은 팀에 회사를 넘겨주면서 물러났다고 한다.

영국의 소설가 에드워드 불워리턴(Edward Bulwer Lytton)은 ‘과학서는 최신의 연구서를 읽되 문학서는 최고(最古)의 것을 읽어라. 고전 문학은 항상 현대적이다.’라고 말했다. 이 문장은 본래 고전 문학의 가치를 강조하는 말이었지만 다른 관점에서 다르게 해석해 볼 수 있다.

결정 지혜, 짙은 감수성, 자원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까지…. 직장에서 두드러지는 노인의 강점이 ‘3억 위안’ 투자를 이끌어냈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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