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선거때 공약한 ‘100조 국민성장펀드’의 구체적인 형태를 13일 발표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주력하는 ‘첨단혁신산업펀드’와 ‘한국형 엔비디아’ 발굴 등에 중점을 둔 ‘미래성장펀드’로 이원해 운용할 계획이다. 정부의 재원 이외에 민간 투자금이 얼마나 유입될지가 ‘100조 국민성장펀드’의 성공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가 공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보면, 정부는 향후 산업경제장관회의 산하에 국민성장펀드 운용위원회를 두고 100조원 이상 규모의 국민성장펀드의 운용을 관리하게 된다. 국민성장펀드는 크게 첨단혁신산업펀드와 미래성장펀드로 나눠 운용할 계획이다.
첨단산업혁신펀드는 정부 자금으로 산업은행에 조성된 5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중심으로 하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조달된 민간자본을 더해 100조 이상 규모로 운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첨단전략산업기금은 AI·반도체·2차전지 등 8개 분야 첨단전략산업과 기타 대통령이 지정하는 업종에 대해 국고채 수준의 저리 대출을 지원하는데 활용될 예정이다. PF로 조달되는 민간자본들은 주로 AI 데이터센터, 에너지고속도로 등 전략산업 관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쓰이게 된다.
미래성장펀드는 국민들과 금융사, 연기금 등의 자금을 통해 조성할 계획이며, 여러 자펀드에 출자하는 모(母)펀드 형태로 운용된다. 자펀드들은 민간 자산운용사가 주도해 유망 투자처를 발굴하는 다수의 펀드와 충청·호남·TK(대구·경북)·PK(부산·울산·경남)·강원·제주 등 지역개발에 투자하는 ‘지역펀드’도 구성했다. 한국판 엔비디아 육성과 초기 벤처투자에 집중할 ‘프로젝트 펀드’도 구상에 담겼다.
유망 투자처를 발굴하는 기본형 펀드들의 경우, 미래성장펀드가 10%, 민간 금융사들이 10%를 우선 출자해 민간 자산운용사가 참여할 유인을 높이겠다는 것이 국정기획위의 구상이다. 이들 펀드가 투자한 여러 기업의 지분을 묶어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를 설립하고 증시에 상장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일반 개인투자자들에게도 투자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BDC 제도는 지난달 21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된 상태다.
향후 관건은 민간자금이 얼마나 유입되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는 일단 금융권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이 첨단산업과 벤처 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기업대출 관련 위험가중치를 현행보다 낮게 적용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겠다는 방침을 최근 내놓기도 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협력 요구가 많아진 것을 두고 부담을 토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장기연체채무자를 위한 배드뱅크 마련부터 펀드 참여까지 줄줄이 이어지니 여러 금융사들이 쉬운 상황이 아니라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펀드 참여와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청사진을 먼저 제시해야 금융사들의 부담이 덜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