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과 푸틴의 꿈 '생명 연장'

2025-09-09

550년에 걸친 춘추전국시대를 끝내고 중국을 통일한 이는 진시황제(秦始皇帝)다. 스스로를 황제라 칭하며 중국 최초의 황제가 된 그는 강력한 통일국가를 만들기 위해 봉건제를 폐지하고 중앙집권 체제를 구축했으며, 문자와 화폐를 통일해 사회적 통합을 이끌어내고 도로망을 건설해 경제적 기틀을 다졌다. 그러나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통일 정책 등 개혁적 이면에 자신의 통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동원했던 가혹한 통치와 강제 노동 등 인권 탄압이 있기 때문이다.

독재자로서의 비판을 받는 정책은 여럿이다. 특히 사상을 통제하기 위해 실용서를 제외한 각종 서적을 불태우고 유학자 수백 명을 생매장한 <분서갱유> 사건은 학문 발전을 200년이나 후퇴시킨 ‘가장 큰 죄악’으로 기록되어 있다.

역사가 기억하는 부정적 행적은 또 있다. 진시황제는 불로장생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중국을 통일하기 위해 끊임없는 전쟁을 벌여야 했던 그는 황제가 된 이후에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권력을 잡고는 불로장생에 대한 열망이 더 커졌다. 통치 후반에 들어서면서 그는 ‘늙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온갖 노력을 다 쏟았다. 연금술사들에게는 불로약을 만들게 하고, 신하들을 한반도와 일본까지 보내 ‘불로초’ 찾게 했다. 그러나 진시황제는 결국 ‘장생’하지 못하고 49세에 죽음을 맞았다. 후대의 역사가나 의학자들은 그가 수은이 들어 있는 ‘불로약’을 오랫동안 복용하면서 생명을 단축했다고 추정하고 있으니 그의 집착이 가져온 결말이 아이러니하다.

불로장생을 위해 노력했던 역사적 인물은 적지 않다. 그리스를 정복하고 인도까지 진출하며 불로장생의 비밀을 찾으려 했던 알렉산더 대왕, 신선의 섬을 찾기 위해 함대까지 보냈다는 한나라 황제 한무제, 연금술사들에게 불로장생약을 만들게 했다는 네로 황제, 태아나 어린아이의 피까지 마셨다는 청나라 말기의 서태후 등 영생을 갈망했던 권력자들은 뒤를 잇는다. 호르몬 치료, 방사능 요법, 인공 장기 등 의학적 실험에 앞장섰던 아돌프 히틀러도 있다.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생명 연장’을 주제로 나눈 비공식 대화가 공개돼 화제다. ‘장기 이식으로 불멸이 가능해진다’는 푸틴 대통령의 말에 ‘이번 세기 안에 인간이 150세까지 살 수 있다는 예측이 있다’는 시진핑 주석의 답은 대화의 절정이다. 장기 집권 중인 두 정상의 ‘영생에 대한 꿈’에 정치적 해석이 더해지지 않을 리 없다. 결코 함께 가지 않는, 갈 수도 없는 권력과 영생의 관계가 더 새삼스러워진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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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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