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선발왕국’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2021년부터다. 최하위권에 머물다 2019년 6위로 올라가 순위 경쟁을 시작할 수 있게 된 KT는 2020년 2위로 첫 가을야구를 치렀다. 그해 배제성과 함께 신인 소형준이 풀타임 선발로 뛰며 외국인 투수들과 함께 마운드를 지켰다. 13승을 거둔 고졸신인 소형준은 신인왕을 차지했다.
2021년에는 고영표가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선발진에 합류했다. 리그 최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거두는 토종 에이스 고영표에 이어 후반기 군 복무를 마친 엄상백이 합류하면서 KT는 선발왕국이 됐다.
어쩌다 한 명이 다쳐도 전혀 공백이 드러나질 않아 선발들끼리 경쟁을 펼치던 KT는 지난해 크게 흔들렸다. 소형준의 재활 공백이 컸다. 소형준은 2023년 5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재활에 들어갔다. 그래도 고영표, 엄상백, 배제성이 로테이션을 잘 채웠지만 배제성이 군 입대 한 2024년에는 처음으로 선발 고민을 했다. 고영표가 부상 당해 전반기에 던지지 못하면서 KT 선발진은 처음으로 ‘붕괴’됐고 최하위까지 떨어졌다가 5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2025년 KT가 다시 선발 강팀을 꿈꾼다. 윌리엄 쿠에바스가 남아있고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를 영입해 외국인 원투펀치를 강화했다. 토종 에이스 고영표는 이제 부상 없는 풀타임 활약을 다짐하고 있다. 엄상백이 자유계약선수(FA)가 되어 떠났지만, 돌아온 소형준의 완전한 풀타임 선발 복귀에 KT는 기대를 걸고 있다.
1년 반의 재활을 마치고 지난해 9월 마운드로 돌아온 소형준은 중간계투로 던졌다. 9월 이후 그리고 가을야구까지, 시즌을 모두 마치고 국가대표로 선발돼 나간 프리미어12에서도 소형준은 중간계투로 짧은 이닝을 소화했다. 171.1이닝을 던지고 13승을 거뒀던 2022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풀타임 선발에 도전하는 소형준의 건강한 완주는 KT가 다시 선발왕국으로 올라서는 열쇠다.
이를 위해 소형준은 휴식 없이 겨울을 지나고 있다. 가을야구를 마치고 프리미어12에 출전하고 돌아온 뒤 하루 쉬고 바로 개인훈련을 시작했다. 현재도 매일 트레이닝센터에서 운동 중인 소형준은 8일에는 일본으로 출국한다.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준비를 위한 개인훈련이다. 돗토리현의 유명한 월드윙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한다.
소형준은 “한국에서는 웨이트트레이닝 위주로 하고 있고 일본에 가서 2주 동안 관절 가동성을 늘려주고 몸을 부드럽게 하면서 캐치볼 거리도 늘려놓고 돌아오려고 한다”며 “복귀 뒤 마운드에서 던지면서 공의 힘이 더 좋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선발로 등판하면 분명히 다를 것이다. 올해 선발로 복귀해서 다시 적응한다는 마음으로 뛰어보려 한다. 올해는 다른 욕심을 내지 않겠다. 안 아프고 로테이션 다 소화하면서 시즌을 처음부터 끝까지 마칠 수 있다면 만족하는 시즌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소형준의 일본 훈련에는 오원석이 함께 한다. SSG에서 뛰다 지난 10월말 트레이드를 통해 KT로 합류한 좌완 오원석은 2001년생, 소형준의 동기다. 엄상백이 떠난 자리에 설 새 좌완 선발로 유력하다. KT의 선발 로테이션을 완성시킬 둘이 일본에서 의기투합해 22일까지 2주 간 함께 운동하고 돌아와 1월말 KT 선수단과 함께 호주로 스프링캠프를 떠날 계획이다.
소형준은 “청소년 대표팀 때부터 알았지만 그 전에도 나는 유신고, 원석이는 야탑고라 경기 때 많이 만나서 친하다. 일본에 같이 가서 둘이 운동하게 됐다. 건강한 시즌 준비할 수 있게 같이 잘 만들어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