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세계유산본부, 2년간 실시
유전자지도 확보로 실질적 생물주권 확립
기후변화 강한 품종 개발·보존 기대

제주도가 기후변화로 쇠퇴하고 있는 구상나무의 유전체 분석에 나선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간 한국 고유종인 구상나무의 보전을 위해 유전체 분석을 추진한다고 5일 밝혔다.
도는 구상나무 유전자 지도인 참조유전체를 작성할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참조유전체는 특정 생물종의 완전한 유전자 지도로, 해당 종의 대표적인 개체에서 추출한 DNA 전체 서열을 분석해 만든다”면서 “그 종의 유전자 구조와 특성을 파악하는 기준이 되며, 각 종마다 하나씩만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도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구상나무 개체들의 유전 정보를 비교하고, 우수한 형질을 가진 개체를 선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무의 품종을 개량하는 임목육종 기술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환경 적응성이 뛰어난 개체의 유전자를 찾아내면 기후변화에 강한 구상나무를 복원하거나 새로운 품종을 개발할 수 있어 구상나무 보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도는 보고 있다. 도 관계자는 “한국 고유종인 구상나무의 표준 유전체 지도를 확보함으로써 상징적인 의미의 생물 주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침엽수림에 대한 유전체 분석은 소나무 이외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구상나무는 크리스마스 트리로 잘 알려졌지만 한국에만 분포하는 고유종이다. 전북 덕유산, 경남 지리산, 제주 한라산 등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한라산은 세계 최대 구상나무숲 자생지다. 하지만 1904년 종자가 국외로 반출돼 크리스마스 트리로 개량된 후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다. 나고야 의정서 체결 이전에 반출된 만큼 현재로서 구상나무에 대한 생물주권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한라산 구상나무는 최근 기후변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고사하면서 멸종 위기에 놓여있다. 앞서 도가 한라산 구상나무 숲의 면적 변화를 조사한 결과 1918년 1168.4㏊에서 2021년 606㏊로 48.1%(56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적 감소 요인으로는 목재 이용, 방목지로의 활용 등을 위한 인위적인 요인과 식생 천이 등에 의한 자연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2000년대 이후는 빨라진 기후 변화, 크기를 키운 태풍, 가뭄 등이 숲의 쇠퇴를 가속화한 것으로 도는 분석됐다.
고종석 도세계유산본부장은 “100년 전 한라산 구상나무를 식물학자 어니스트 핸리 월슨이 처음 발견해 세상에 알렸지만 이제는 우리가 구상나무의 유전적 구조를 분석해 생물주권의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