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 뉘우침

2025-02-12

뉘우침

함석헌(1901∼1989)

이렇게 오시는 임 내 되레 버렸으니

임 다시 찾으신들 내 무슨 낯을 들리

임이여 종으로 보고 문간에다 두소서

임 떠나가신 뒤에 밤 어이 길고길고

비바람 무슨 일로 그리도 둘러친지

기다려 참을 보잔 걸 내 모르고 저버려

울고 또 운단들 내 설움 다 하오리

깨물고 깨문단들 내 분이 풀리오리

임이여 내 아픈 마음 그 줄이나 아소서

-이 나라를 어찌할 것인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독립유공자·언론인·사상가로 노년에 더 열심히 활동했기 때문에 ‘겨레의 할아버지’로 불렸던 함석헌 선생이 광복을 주신 임(하느님)에 대한 참회의 시조다. 함 선생은 저서 『뜻으로 본 한국 역사』에서 “광복은 도둑같이 왔다”고 썼다.

이 시조는 김봉군 가톨릭 대학교 명예교수가 후대를 위해 유언처럼 쓴 이 시대의 징비록에서 소개하고 있다. 빼앗긴 나라의 백성은 훼절(毁節)한 죄인과도 같다는 것이다. 부끄러운 역사를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어려운 시기, 위기 앞에서 정신을 차려야 하는 것이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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