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철저하게 알바 노동자편...자영업자는 의지할 곳 없어" [창간기획, 자영업 리포트]

2024-09-22

1987년 문을 연 녹두거리 터줏대감 휘가로 김태수(62)씨는 “수익이 최저 임금 수준”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세태의 변화로 대학생 단체 모임이 점점 줄어들더니 올해는 개업 후 처음으로 9월 2학기 개강 모임이 잡히지 않았다. 1980~90년대 심야 영업금지 시절 몰래 영업하면서 월수 1000만원을 쉽게 찍던 때가 꿈인 듯 아련하다.

당시 자정 이후에도 술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일반 호프는 방배동, 막걸리나 소주는 녹두거리, 가라오케는 화곡동이 정평이 나 있었다. 녹두거리에는 자정이 넘으면 외부인들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물론 그게 공짜는 아니었다. 그는 365일 동안 연중무휴로 열심히 살았다. 명절에도 쉬지 않았고,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 5일씩 딱 두 번만 쉬었다.

자영업자들이 너무 불쌍한 거야. 쉬지도 못하고. 하지만 손님이 있든 없든 영업은 손님과의 약속이니까 쉴 수가 없어. 자영업자는 손님 유치하는 데 5년이 걸리는데 손님은 떠날 때 10초도 안 걸려.

그는 앞으로도 자영업을 해야 할 팔자라고 말했다.

자영업 하면서 나이가 들면 할 게 자영업밖에 없어. 직장생활 하면 경력이 있으니까 회사를 옮기거나 해도 되지만 자영업자는 끝나고 나면 할 게 뭐가 있냐고 나이 먹어서. 이제 나이 많으면 경비도 안 시켜줘.

콩심 대학동점 제상표(45)씨의 전변(轉變)도 극적이다. 2007년 상경해 압구정역 일식집에서 요리를 배운 그는 그걸 토대로 2011년 녹두거리에 실내 포장마차를 열었다. 2018년 콩심 개업과 함께 던진 24시간 영업 승부수가 제대로 먹혔다. 초기 매출액은 월 4000만원이었고 순이익도 네 자리 숫자였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야간 영업이 금지되면서 이 시스템은 그대로 독이 됐다. 그의 수익은 월 200만원까지 추락한 상태다.

토마토김밥 대학동점 김은희(59)씨는 사람, 특히 젊은 사람들을 쉽게 믿지 못하게 됐다. 직원 두 명과 급여 문제로 소송까지 치르며 진을 뺀 결과다. 그는 현재 ‘검증’이 끝난 65세, 50세의 중장년 직원 두 명과 일하고 있다.

직원들과 싸우면서 느낀 건 정부나 당국이 모두 철저하게 노동자 편이라는 거예요. 자영업자는 의지할 곳도, 상의할 곳도 없어요. 왜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법은 그렇게 많은데 자영업자 보호법은 없는 거예요?

내친구김밥 이대정(51)·김양희(60·여) 부부는 수요일마다 경기 파주시에 나간다. 공식적인 휴무일이지만 급등한 식재료 값을 조금이라고 아껴보려고 외곽에서 직접 구매한다. 사실상 휴무일이 없는 셈이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월 800만원의 수익이 피로를 씻어줬지만,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식재료비뿐 아니라 배달 수수료까지 너무 많이 오른 데다가 위기 상황에서 빌린 급전의 이자가 월 150만원에 달해 남는 게 거의 없다. 김씨의 마지막 호소가 좀처럼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지금 저축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버는 가게가 없어요. 다 빚으로 돌려막고 있는 거지. 2년 전쯤 이 부근 실내 포장마차 사장이 개업 후 3일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적도 있어. 급전을 썼는데 장사가 너무 안되니까 압박으로 작용한 것 같아. 솔직히 죽고 싶다는 생각 가진 분들 많아. 엄청나게 심각해요.

특별취재팀=박진석·조현숙·하준호·전민구 기자 kailas@joongang.co.kr, 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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