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다르다』. 2009년 케네스 로고프와 카먼 라인하트 하버드대 교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펴낸 책이다. 지난 800년간 일어난 수많은 금융위기의 원인과 처방을 분석한 베스트셀러다. 저자들은 펀더멘털 흐름과 구조적인 변화보다 최근 발생한 사건이나 정보를 과대평가하는 경제 전문가들의 ‘최근 편향’(recency bias)을 꼬집었다. 부채 누적으로 금융위기가 다가와도 ‘이번엔 다르다’며 위기 대응을 게을리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편향은 여기저기서 흔히 나타난다. 예컨대 목표 주가가 달성됐을 때 애널리스트는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한다. 최근 주목되는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도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11월 하순 현재 10년물 국고채 금리가 4%대 중반의 높은 수준이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앞으로 5%까지 오를 수 있고 현 수준에 버금가는 높은 장기금리가 3년이든 5년이든 길게 이어진다고 전망한다.
최근 편향에 갇히게 되면 장기금리가 높아지거나 떨어질 수 없는 수많은 이유를 찾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의 대폭적인 감세와 지출확대로 미국 정부가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는 점, 큰 폭 관세율 인상으로 물가가 크게 오르리라는 점 등이 그 예다. 물론 반박논리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저소득 저학력 층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만큼 물가안정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든지, 기업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저금리·저달러를 추구하리라는 것 등이다.
원론적으로 장기금리는 GDP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율에 의존한다. GDP 성장률을 보면, 미국 경제가 장기적인 성장세 둔화를 겪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최근 3개월 평균 2.5%로 2000~2023년 장기평균 2.5%와 같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물가상승률이 올해보다 하향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장기금리는 추세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장기금리가 바로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정책적·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향후 금리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편향된 시각에서 나온 치우친 전망에 근거한 의사결정은 때로 커다란 피해를 초래한다.
현재 장기금리가 고공행진 하는 이유는, 최근 미국경제가 예상보다 호조인 데다 트럼프 후보의 당선에 따른 정책 급변에 대한 불안감의 증폭이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일반적인 전망은 최근 편향에 가까워 보이며 그것이 자기실현적 성격을 띨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 기준금리 인하를 저해해 내수를 옥죄는 등 국내외 경제 회복을 어렵게 하는 힘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신민영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