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류(百流), 일본에 백제문화 알린 아직기와 왕인

2024-11-25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한류(韓流).

우리 문화가 파도처럼 흘러가 세계를 매료시키는 현상이다. 드라마에서 음악, 그리고 이제는 소설까지, 전 세계로 퍼져나간 우리 문화는 현지에서 변주를 거듭하며 문화 다양성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러한 역동성이 옛날에도 있었을까?

물론이다. 그것도 상당히 먼 옛날에 말이다. 바로 일본에 백제문화를 전파한 아직기와 왕인이 그 처음이다. 이들 덕분에 아직도 일본에는 백제문화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일찍이 왜는 백제와 가까이 지내며 많은 영향을 받았고, 백제 근초고왕은 왜왕에게 ‘칠지도’라는 칼을 내려주기도 했다. 이런 교류의 연장선에서 백제에서 학문으로 이름 높던 박사였던 아직기는 임금의 명으로 왜로 파견되었다.

아직기를 왜로 보낸 임금은 정확한 기록이 없어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근초고왕이나 근수구왕, 아신왕 가운데 아신왕이 가장 유력한 설로 인정받고 있다. 아신왕 때 왜와 교류가 무척 활발했기 때문이다.

아직기는 말 두 필과 칼, 거울을 가지고 왜로 건너갔다. 왜왕에게 말 타는 법과 기르는 법을, 토도치랑자 왕자에게 글을 가르쳐 주었다. 왕인은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가지고 건너가 토도치랑자 왕자와 왜의 신하들을 가르쳤다. 두 사람 말고도 백제의 박사들이 건너가 술, 도자기, 탑, 옷감, 철기, 기와 만드는 법을 알려주었다.

왜로 건너간 왕인은 토도치랑자 왕자에게 《천자문》과 《논어》를 가르쳤어요.

“왕자님! 오늘은 공자의 가르침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공자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며, 사람을 대할 때 예의를 지키라고 했습니다.”

...(줄임)...

“왕자님!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칼로 사람을 지배할 수는 있지만 마음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진심을 다해 사랑해야 하지요.”

그제야 토도치랑자 왕자는 머리를 숙였어요.

“예. 스승님의 가르침대로 저는 백성을 자식처럼 사랑하는 왕이 되겠습니다.”

오늘날에는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을 ‘박사’라고 칭하지만, 백제에서 박사는 벼슬 가운데 하나였다. 백제는 분야별로 으뜸 전문가에게 ‘박사’ 벼슬을 내렸는데, 이들은 금이나 은, 동, 철 등 각종 금속 작품을 제작하거나 기와와 절 등을 만들고, 유학과 같은 학문을 연구했다.

‘박사’들의 전문 분야도 다양했다. 경전을 연구하는 오경박사, 별자리를 살펴 달력을 만드는 역박사, 병과 치료법을 연구하는 의박사, 기와를 잘 만드는 와박사 등이 있었다. 이렇듯 분야별로 ‘박사’가 있었던 것만 보아도 백제는 화려하고 수준 높은 문화를 일구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왕인은 평생 왜를 떠나지 않았어요.

왜 사람들에게 학문을 가르치고 윤리와 도덕을 가르쳤지요.

왕인에게서 가르침을 받아 꽃피운 문화가 바로 ‘아스카 문화’랍니다.

결국 왕인은 왜에서 눈을 감았어요.

왕인이 죽자, 왜 사람들은 마치 제 아버지가 죽은 것처럼 슬퍼했답니다.

그래서 왕인의 묘뿐만 아니라 왕인을 기리는 신사*까지 지었지요.

오래오래 왕인을 기억하고 고마워하기 위해서에요.

*신사(神社): 일본에서 왕실의 조상이나 고유의 신 또는 나라에 공을 세운 사람을 신으로 모신 사당

먼 옛날 항해술도 지금처럼 안전하지 않았던 시대, 위험을 무릅쓰고 왜로 건너가 학문을 전파한 왕인과 아직기 덕분에 일본은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여 번성할 수 있었다. 일본 미야자키현 난고촌은 백제인의 후손이 살고 있는 마을로 유명하다.

아스카사는 백제의 장인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지은 일본 첫 절이고, 아스카사에 있는 아스카대불은 ‘사마지리’라는 백제 장인이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듯 두 나라가 활발히 교류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상대 국가를 향한 열린 마음과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점점 자국 우선주의가 득세하는 요즘이지만, 상대방의 문화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교류한다면 언젠가 ‘아스카 문화’처럼, 서로의 문화를 혼합한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며 문화 생태계를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는 흘러야 생명력을 얻는다. 백제문화가 흘러 ‘백류(百流)’가 되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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