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파워맨 47인

지금, 트럼프 2.0시대에 워싱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요. 어떤 사람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이끌고, 세계 경제와 안보 지형을 새로 그리고 있을까요.
트럼프는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듯 보이지만, 늘 상황을 살피고 참모들 말을 경청하는 태도로도 유명합니다. 행정부 안팎에서 트럼프와 그가 펼치는 정책에 영향을 주는 인물들을 하나하나 짚어드립니다.
지난해 트럼프와 공화당에 선거자금 1만 달러(약 1400만원) 이상을 기부한 미국인은 1만1300여 명입니다.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한 개인과 기업은 1100여 곳이고요. 인공지능(AI) 도구를 이용해 고액 기부자 명단과 트럼프가 지명한 고위 공직자 850여 명 명단, 주요 싱크탱크 보고서와 미디어를 다각도로 분석해 미국 47대 대통령을 둘러싼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47인을 추렸습니다.
"거의 두 살이 된 애디도 곧 필요하게 되겠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 아이는 이미 엽총과 소총을 보유했다는 거예요. 스파클이라는 이름의 조랑말도 갖고 있답니다. 다 준비된 거죠."
2023년 4월 15일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열린 전미총기협회(NRA) 포럼. 크리스티 노엄 사우스다코타주 주지사(당시 51세)가 연설 도중 두 살배기 손녀 애디가 이미 총기 소유자라고 말하자 청중은 환호로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 노엄 주지사를 국토안보장관으로 발탁했다. 노엄은 미국 보수의 '아이돌'이다. 언제나 풀 메이크업에 완벽하게 세팅된 긴 머리를 하고 날씬한 몸매로 TV에 자주 출연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총기 보유처럼 보수 진영이 신봉하는 가치를 실천하는 데 멈추지 않고,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상징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노엄은 주지사 시절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 사업장 폐쇄 지침을 거부하고 낙태를 금지했다.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이념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주저 없이 보수의 기치를 올렸다. 바로 이런 점이 트럼프 마음을 사로잡은 요인 중 하나다.
농장과 목축업을 하는 가정에서 태어난 노엄은 30대에 사우스다코타주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연방 하원의원을 거쳐 2019년 사우스다코타주 최초의 여성 주지사에 당선됐다.
국토안보 업무는 한 적이 없고, 경찰·검찰 같은 법 집행 기관에서 근무한 경험도 없다. 더구나 사우스다코타주는 멕시코나 캐나다와 국경을 맞대지 않은 '내륙 주'다.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사우스다코타주 주지사가 국경 강화와 이민정책을 핵심으로 하는 국토안보부 수장에 오른 것은 예상 밖 인선이었다.

사고로 아버지 잃고 가업 떠맡은 '카우걸'
노엄은 사우스다코타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1971년생으로 만 53세다. 그의 아버지는 목축업자이자 농부였다. 아버지는 자녀들을 강하게 키웠다. 노엄이 2024년 5월 펴낸 자서전『돌아갈 길은 없다: 정치를 바로잡고 미국을 전진시키는 법 』에는 노엄의 어린 시절과 아버지의 양육 방식에 대한 기술이 80~90쪽을 차지한다.
노엄은 9~10살 때쯤 아버지와 와이오밍주의 깊은 산속으로 엘크사슴 사냥을 나갔다가 혼자 남겨졌다고 회고했다. 혼자 힘으로 텐트로 돌아가는 길을 찾으라고 아버지가 내린 담력 테스트였다. 아버지는 몰래 뒤따라 가면서 딸의 안전을 지켰지만, 간혹 곰이 따라오는 것처럼 동물 소리를 내기도 했다고 한다.
12~13세쯤에는 대형 트레일러트럭 열쇠를 던져 주고 "집까지 운전해 가라"고 했다. "코너를 돌 때는 넓게 돌아야 한다"는 게 조언의 전부였다. 사우스다코타주 공영라디오(SDPB)가 소개한 자서전 내용이다. 시골에서는 다 그렇게 운전을 배웠다는 옹호론도 있었지만, 아동학대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버지는 노엄이 사우스다코타 주립대에 재학 중일 때 농장에서 곡물 기계에 빨려 들어가는 사고로 숨졌다. 노엄은 학교를 자퇴하고 농장으로 돌아와 동생과 함께 가업을 돌봤다. 이때의 농업·목축업 경험을 바탕으로 자랑스럽게 자신을 '카우걸'이라고 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