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창에 떼춤까지…콘서트 같은 뮤지컬 인기

2024-09-16

“공연을 다 보고 나오면서 돈을 더 내야하나 생각까지 들었어요.”

관객들이 무대 위의 배우와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는 모습을 뮤지컬 공연장에서 보긴 쉽지 않다. 그런데 이른바 ‘절대반지’를 흔들며 ‘떼창’을 넘어 ‘떼춤’까지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뮤지컬이라니 관객들은 공연 이후에도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뮤지컬 ‘킹키부츠’ 공연장 이야기다.

‘킹키부츠’는 영국 노샘프턴의 수제화 공장들이 경영악화로 폐업하던 시기, 아주 특별한 부츠를 제작해 유일하게 살아남은 구두공장의 실제 성공 스토리를 각색한 작품이다. 이미 토니어워즈를 비롯해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즈 그리고 국내 뮤지컬 시상식인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도 다수 부문에서 수상하는 등 큰 인기를 얻은 뮤지컬이고, 2005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대중적인 작품이다.

그런데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이 작품이 꾸준히 인기를 끄는 이유는 작품의 메시지를 통한 공감도 있지만, ‘콘서트 같은 뮤지컬’이라는 특성도 큰 몫을 한다. 이번 공연 역시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최근엔 피켓팅을 넘어서 ‘취케팅’까지 이어지면서 작품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유튜브 채널 ‘뮤지컬스타’의 쥐롤라가 크게 히트하면서 이 작품이 대중적으로 더욱 주목을 받게 된 영향도 있지만, ‘원조 롤라’가 주는 감동과 에너지는 감히 비교 불가다.

특히 작품의 메인 넘버 중 하나인 ‘레이즈 유 업’(Raise You Up)에서는 관객들이 함께 노래하고, 지정 안무까지 미리 예습해 배우들과 함께 떼춤으로 장관을 연출한다. 커튼콜에선 엔젤들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하다. 여섯 명의 엔젤들은 순간 객석으로 뛰어들어 곳곳을 누비며 관객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눈을 맞추며 흥을 돋운다.

그간 뮤지컬계에서는 ‘시체관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직된 분위기에서 공연을 즐기는 문화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불과 몇 달 전까지도 이와 관련한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킹키부츠’는 정해진 때에 박수치고, 환호하는 것을 거부한다. 관객들은 수시로 환호를 지르고, 감탄사도 자유자재로 내뱉는다. 이미 즐길 준비를 마친 관객들 덕에 주변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작품에 자유롭게 몰입이 가능하다.

‘킹키부츠’ 뿐만 아니라 최근엔 관객이 함께 노래할 수 있는 회차를 정한 ‘싱어롱데이’ 마케팅이 부쩍 늘었다. 지난해 ‘식스 더 뮤지컬’을 비롯해 ‘시스터즈’ ‘시스터 액트’ 등 다수 뮤지컬들이 싱어롱데이 회차를 운영하면서 관객들과 호흡했다. 코로나 이후 ‘미아 파밀리아’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등 공연 중 관객과 호흡을 맞춰 떼창하는 뮤지컬도 관객들에게 큰 인기다.

이와 관련해 한 뮤지컬 관계자는 “뮤지컬 관객들 사이에서는 늘 ‘시체관극’이 큰 화제의 키워드였다. 말은 하지 못했지만 그간 관객들이 억눌렸던 감정을 표출하면서 더 큰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 물론 작품이 성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국내에서도 무대 위 배우들의 감정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공연에 참여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코로나 이후로는 제작사들도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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