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의결권 금지 가처분에도···이사 선임 강행한 KIB플러그에너지

2024-12-16

경영진 횡령·배임 의혹과 주권 거래정지 사태로 매각 수순을 밟는 KIB플러그에너지가 석연찮은 주주총회 운영으로 도마에 올랐다.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특정 지분의 의결권을 인정한 데 이어, 이를 바탕으로 '부결'될 안건을 '가결'로 뒤집어 인수자 코어텍그룹의 이사회 장악을 도왔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특히 코어텍 측은 잔금을 치르지 않고 인수 예정 주식의 의결권만 위임받아 경영권을 따낸 모양새여서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16일 관련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IB플러그에너지는 지난 1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김선기 더 코어텍 회장 등 4명의 후보를 이사로 선임했다.

KIB플러그에너지는 외국계 기업 코어텍과 최대 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지분(17.71%) 양수도계약을 진행 중인데, 이번 주총은 그에 대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코어텍은 KIB플러그에너지 1·2대주주 오픈아시아, 엠스퀘어로부터 각 10.13%와 7.58% 지분을 사들이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허성호 전 KIB플러그에너지 대표의 의사결정 과정이 사법부의 판단과 달랐다는 점이다. 법원의 의결권 금지 가처분 판결을 따르지 않은 것은 물론, 결과적으로 법원이 선임한 주총 검사인의 결정도 묵살한 격이어서다.

소액주주의 증언을 종합하면 손범식 변호사(법원이 선임한 검사인)는 당시 코어텍 측이 오픈아시아와 엠스퀘어 등으로부터 의결권 대리 행사를 위임받은 주식 2711만주와 2192만4461주 안엔 법원 결정에 따라 의결권이 제한된 3010만7809주가 포함돼 있음을 확인했다.

이어 "이를 제외한 개표 결과 '김선기 이사 선임 건'은 ▲찬성 3878만5819주 ▲반대 6073만8182주, '나머지 이사 3명 선임 건'은 ▲찬성 3887만8819주 ▲반대 6064만5187주로 부결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허 전 대표는 주총 검사인의 이 같은 발언에도 각 이사 선임 안건이 가결됐음을 선언했다.

이러한 결정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지분 거래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데 기인한다. 코어텍은 엄밀히 말해 최대 주주는 아니다. 잔금을 지급하는 오는 24일에나 지분이 정식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일례로 코어텍은 오픈아시아와 주식 매수 계약을 체결했으나, 지금까진 계약금 10%와 중도금 10%만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소액주주연대는 울산지방법원에 KIB플러그에너지와 코어텍을 상대로 의결권 금지 가처분을 걸었고 주총 하루 전 승소 판정을 받았다. KIB플러그에너지가 13일 주총에서 코어텍에 일부 주식(4195만7581주 중 3010만7809주)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게 해선 안 된다는 게 판결의 요지다.

원고 소액주주연대 측은 가처분 취지에 자본시장법 제147조를 들어 코텍스 측의 의결권 행사가 정당하지 않음을 피력했다. 해당 조항엔 대통령령으로 정한 중요 사항을 거짓으로 보고하거나 기재를 누락한 자는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5%를 초과하는 부분 중 위반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즉, 코텍스가 앞서 공시로 주식 등 대량보유사항을 보고하면서 일부를 거짓으로 기재했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소액주주연대는 코텍스가 미국 사이트에 공시한 재무제표에 주목해 이 같은 의구심을 제기했다. 5년간 매출이 없고 해마다 수십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음에도 주요 지표의 숫자가 급격히 커진 대목이다. 실제 코텍스의 재무제표를 보면 전년도 회사의 총자산은 24억7000만원(환율 1400원 기준), 총부채는 23억100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대량보유공시에선 총자산이 152억9500만원, 총부채는 57억3147만원 등으로 기재됐다. 1년 사이 덩치가 몇 배나 커진 셈이다.

아울러 소액주주연대는 코텍스가 기존 최대주주에게 잔금을 지급하지 않은 점, KIB플러그에너지가 갑작스럽게 주총 소집을 2개월가량 앞당기고 의안을 바꾼 점 등을 함께 짚었다.

법원으로서도 이들 사안에 대한 소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원고 측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소액주주가 코어텍으로의 인수에 반발하는 것은 KIB플러그에너지가 사내이사로 점찍은 김선기 회장이 상장 폐지된 코스닥 상장기업 이즈미디어의 이사를 지냈고, 인수 자금 출처도 불분명해서다.

소액주주연대는 임시 주총 결과 효력 정지 가처분과 선임된 이사의 직무 정지 가처분 등 모든 법률적 대응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KIB플러그에너지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주총 의장은 원활한 주총 진행 책무만 있을 뿐 임의로 법원의 판결문을 뒤집고, 법원이 선임한 주총 검사인의 결정을 뒤집을 권한은 없다"면서 "법원 판결과 대다수 주주의 의사를 무시하고 사임하는 대표이사가 자기 멋대로 새 이사를 선임시킨 데엔 다른 배경이 있었을 것이란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식 보유 비중이 크지 않은 무자본 M&A 세력이 경영권을 장악하면 주주 가치를 크게 훼손시키고 종국엔 회사를 상장폐지로까지 몰아넣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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