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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최근 몇 년 사이 곤충을 식품이나 음료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2022년 광저우에서는 식용 귀뚜라미 분말을 넣은 단백질 음료가 출시됐고, 2024년 상하이에서는 갈색 밀웜 초콜릿이 등장했다. 이어 올해 윈난(雲南) 지역에서는 ‘바퀴벌레 커피’가 선보이며 MZ세대 사이에서 ‘친환경 디저트’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 MZ 세대 사로잡은 ‘이색 곤충 카페’ 열풍
‘신선함’을 좇는 중국 젊은 세대의 취향이 새로운 경지에 다다랐다. 12일(현지시간) 중화망·광명망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베이징의 한 곤충 박물관은 최근 ‘바퀴벌레 커피’와 ‘개미 음료’ 등 곤충을 첨가한 음료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대표 메뉴인 바퀴벌레 커피 표면에는 곱게 갈린 바퀴벌레 가루가 뿌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 잔에 45위안(약 9200원)으로, 하루 판매량은 10잔 내외에 그친다. 박물관 관계자는 “모든 곤충 원료는 한약재로 사용 가능한 식용 곤충을 기반으로 식품안전 기준을 충족한다”며 “바퀴벌레 커피는 고소하면서도 은은한 산미가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인기 메뉴인 ‘개미 커피’는 개미에서 추출한 신맛 성분을 강조한 음료로, 지난달 핼러윈 시즌에 한정판으로 출시돼 빠르게 매진됐다. 박물관 측은 “개미 커피는 바퀴벌레 커피보다 신맛이 더 강한 것이 특징”이라며 “향이 독특하다”는 호평과 함께 빠르게 매진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공짜로 줘도 못 마실 것 같다”, “도전 정신은 인정하지만 보기만 해도 끔찍하다”, “아이와 함께 방문했는데 시각적 충격이 크다”며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는 “곤충 단백질이 미래 식량이 될 것”이라며 “맛보는 것도 일종의 경험”, “용기 내서 한 번쯤 마셔보고 싶다”이라고 응원했다.
박물관 측은 “곤충 박물관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살려 교육적인 요소를 담고자 했다”며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곤충 식용화’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벌레 넣은 라테, 사전 예약하세요”… ‘현지 곤충 커피’

중국 남서부 원난성 푸얼시의 한 카페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Global Times에 따르면 이 카페는 최근 ‘Bamboo Worm Americano(대나무벌레 아메리카노)’, ‘Grasshopper Latte(풀무치 라테)’, ‘Earth Bee Latte(땅벌 라테)’ 등 현지 곤충을 활용한 커피 시리즈를 선보였다.
가격은 68~98위안(약 1만~1만4000원) 수준으로, 곤충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이는 사전예약제로만 판매 중이지만 출시 후 한 달간 약 20잔이 판매됐다.
카페 운영자 쉬칭은 “푸얼의 지역 식문화를 커피에 접목하고 싶었다”며 “대나무벌레, 풀무치, 땅벌 등은 커피에 넣기도 하지만, 소금이나 고추가루를 뿌려 별식으로 함께 즐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징그러워도 찍는다”… SNS 바이럴 마케팅 효과
이 같은 ‘이색 커피’ 열풍은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곤충 커피’ 관련 해시태그는 더우인(중국판 틱톡)에서 조회수 4000만 회를 넘겼다. ‘도전 정신’과 ‘인증 욕구’를 자극하는 마케팅이 Z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이 같은 곤충 커피 열풍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소비하는 젊은 세대의 태도 변화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과 윈난 지역 카페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제 구매 고객의 대부분은 20~30대로, 맛보다는 ‘이색 경험’과 ‘SNS 인증’을 위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카페 운영자 쉬칭은 “이색적인 시도를 즐기는 손님들은 주문을 하지만, 일부는 단순히 호기심에 들렀다가 다른 음료를 고르기도 한다”고 Global Times에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맛’보다 ‘이야기와 경험’을 중시하는 Z세대 소비 트렌드의 한 단면이라고 진단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공유하며, 경험 자체를 즐기는 소비 문화’가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전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전역 확산되는 ‘곤충+카페’ 실험, 왜?
중국 국가식품안전위생기구(CFSA)는 현재 식용 곤충을 ‘신식품(New Food)’으로 정식 승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아직 공식 승인 목록이 발표된 적은 없으며, 일부 곤충 단백질 관련 제품은 ‘시험 판매’ 혹은 ‘연구용 유통’ 단계로 제한돼 있다.
특히 윤난·광시·쓰촨 등 남부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귀뚜라미·대나무벌레·누에 등을 튀겨 먹는 식문화가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어, 향후 제도적 승인 시 시장 성장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이 단순한 이색 마케팅을 넘어 ‘식용 곤충 산업’의 시험대로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중국 농업대 곤충학과 류지엔 교수는 Global Times에 “곤충은 단백질 함량이 높고 생산 과정의 탄소 배출이 적다”며 “앞으로 식품산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세계 식용곤충 시장 규모가 2024년 약 13억 5천만 달러(약 1조 7000억원)였으며, 2030년에는 약 43억 8천만 달러(약 5조 6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즉, 식용 곤충이 더 이상 ‘기피 식품’이 아닌 ‘지속 가능한 대체 단백질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