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작가와 비교되는 것은 큰 영광이다. 우리는 기억을 다루고 개인의 자유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알제리 작가 카멜 다우드(55)가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지난 1일 『후리』(민음사)의 한국 출간을 맞아 처음으로 내한했다.
『후리』는 지난해 프랑스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받은 장편소설. 알제리 작가로서 이 상을 받은 건 다우드가 최초다. 그는 4일 오후 연세대에서 열리는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의 기조연설자로 참여한다. 다우드는 “한국과 알제리는 너무나도 다른 국가지만, 식민지배라는 같은 역사를 공유하고 있어 관심이 많았다”며 첫 내한 소감을 밝혔다.
한강과 다우드는 사회적 고통을 문학으로 기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우드는 『후리』를 통해 1992년부터 2002년까지 벌어진 알제리 내전이란 비극을 여성 피해자의 눈과 입으로 복원한다. 한강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그 직후 벌어진 국가폭력을 배경으로 하는 『소년이 온다』를 통해 피해 당사자들이 겪은 고통의 감각을 복원했다.

『후리』의 화자이자 주인공은 오브라는 이름의 여성으로, 1999년 12월 31일부터 2000년 1월 1일 사이 벌어진 하드 셰칼라 대학살의 생존자다. 내전으로 인해 후두와 성대가 손상된 오브는 자신의 몸에서 자라는 태아 ‘후리’에게 말을 걸며 내전의 기억을 반복적으로 떠올리고, 비극 이후의 삶을 살아간다.
후리라는 단어는 프랑스어(Houris)로, 이슬람 전통 속 천국에서 의인에게 주어진다고 믿어온 여성을 뜻한다. 작가는 “‘후리’라는 말이 내세의 여성이 아니라 현세를 사는 여성을 가리키는 단어로 쓰였으면 했다”며 “여성이 현세에서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없다면 국가가 더 나쁜 방향으로 갈 거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우드는 “알제리는 10년에 걸쳐 참혹한 내전을 겪었다. 약 20만 명의 사망자가 생겼고 여성들이 고통 받았다. 국가에선 완전한 침묵을 요구하고 있다”며 소설을 쓰게 된 배경을 밝혔다. 내전 이후인 2005년, 알제리 정부는 사회 통합과 안보 안정을 명분으로 ‘국가 평화와 화해를 위한 헌장’을 통과시켰다. 예술의 방식을 포함해 어떤 방식으로든 공적 영역에서 내전의 언급을 금지하는 조항을 담은 이 법은 『후리』를 쓴 다우드 역시 자유롭게 두지 않았다. 이 책은 지난해 출간 직후 알제리에서 금서로 지정됐으며, 알제리 정부는 다우드에게 두 번이나 국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작가는 위 헌장을 “내전 동안 일어난 폭력에 더해지는 2차 가해”라며 “알제리의 사람들은 망각보다는 교육을 통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제도화된 망각’이 일어나게 하지 않으려면 글과 증언이 필요하다. 가장 끔찍하고 힘든 죽음은 기억에서 잊힌 죽음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증언 문학’을 하는 이유다.
다우드는 기억을 복원하려는 노력을 연세대에서 열리는 연세노벨위크 국제심포지엄에서도 이어간다. 4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오후 2시부터 열리는 기조연설에서다. 다른 연사로는 소설 『어두움의 연습』 (2024) 등을 통해 여성이 겪은 폭력과 트라우마를 문학으로 기록해 온 덴마크 작가 나야 마리 아이트가 참여한다. 소설 『동생』(2022) 을 통해 1997년 홍콩 반환부터 2019년 민주화 운동까지의 굴곡진 시대를 통과하는 남매의 삶을 그린 홍콩 작가 찬와이도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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