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 결혼식' 베이조스, 최근 아마존 주식 1조원어치 매도
베이조스 자산 가치 아마존 IPO 후 28년 만에 1000배 늘어
과감한 재투자로 사업규모 확대… 클라우드 로 영역 확장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최근 초호화 결혼식은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베네치아에서 열린 그의 결혼식엔 세계 각국의 유명 인사가 대거 참석하며 90대 이상의 전용기가 떴고 5억 달러짜리 요트가 정박했다. 그의 결혼식 비용은 6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사람이라면 생각하기 어려운 천문학적 비용이지만, 그의 재산을 생각하면 과소비라고 말하기 모호하다.

CNBC 등의 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최근 며칠간 아마존 주식 331만주를 매도했다. 매도한 주식의 가치는 총 7억3670만달러로 한화로 약 1조원에 달한다.
베이조스는 지난 3월 미 규제 당국에 제출한 문서에서 내년 5월29일까지 1년여간 총 2500만주를 매각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외신은 이번 주식 매도 시점에 결혼식과 겹친 점에 주목했다. 매각 비용 중 일부는 결혼식 비용 정산에 사용했을 수 있다.
블룸버그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2002년 이후 지금까지 약 440억달러(약 59조8000억원) 상당의 아마존 주식을 처분했다.
이렇게 막대한 주식을 처분하고도 베이조스는 여전히 아마존 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베이조스의 순자산을 2400억달러로, 포브스는 2334억달러로 추정한다.
가장 큰 자산은 아마존 주식이다. 331만주 매도에도 그는 여전히 9억879만주의 주식을 가지고 있고, 이는 2일 종가 기준으로 약 2000억 달러에 달한다. 지분율은 약 8.6%다.
이 밖에도 그는 비상장 우주기업인 블루오리진을 소유하고 있는데 가치는 300억∼500억달러다. 또 워싱턴포스트를 2013년 2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고, 가치는 4억∼6억 달러다.
미국 하와이, 마이애미 등에 7억달러 이상의 부동산, 수십억 달러 규모의 벤처·사모펀드 지분, 5억 달러 상당의 요트와 7500만달러짜리 지원선, 개인 제트기 2대 등도 가지고 있다.

그가 처음부터 이렇게 부자였던 건 아니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아마존은 1994년 시애틀 차고에서 온라인 도서 판매 업체로 출발했다. 자본금은 부모·형제 등에게 25만달러를 빌려 마련했다.
이후 사업이 벤처 붐과 함께 고속 성장하며, 1997년 기업공개 당시 지분의 41%(주당 18달러)를 확보 ‘부자’가 됐다. IPO 첫날 장 마감 기준 주가는 23.5달러까지 올랐고 그의 지분 가치는 약 2억3200만달러였다.
베이조스가 2001년 냅킨에 그렸다는 ‘선택 폭 확대 → 가격 인하 → 고객 경험 개선 → 트래픽 증가 → 판매자 유입’의 선순환 구조가 아마존 전략의 핵심이다. 고객 만족이 트래픽과 판매량을 높이고,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물류·기술에 투자해 다시 고객 만족을 높이는 순환 구조다.
초기 아마존은 연 800% 매출 성장을 했는데, 이때 배당을 하지 않고 판매 범위를 책에서 CD 다시 가전으로 확장하며 규모를 키웠다.
지금 쿠팡의 판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무료·빠른 배송 + 영상·음악 등 디지털 혜택’을 묶은 ‘아마존 프라임’은 2005년 도입 후 특히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당시만 해도 온라인으로 구매한 물건을 하루 이틀 만에 무료로 집 앞까지 배송하고, 묻지 마 환불을 받는 시스템은 유통 구조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오픈 마켓 구조를 도입해 다양한 외부 판매자를 받으며 상품을 다양화한 전략도 주효했다.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의 온라인 부분에서 아마존은 독보적인 영향력을 확보했고, 지금도 유지 중이다.

아마존이 지나온 길이 항상 탄탄대로였던 건 아니다. 아마존은 2000년 닷컴 버블붕괴 당시 15%의 인력을 구조조정을 할 정도로 어려움에 처했고, 주가는 1년 만에 86%나 떨어졌다. 아이폰에 맞서 파이어 폰을 출시했지만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는 데 실패했고, 펜데믹 후유증으로 성장이 둔화하며 2022년엔 7년 만의 분기 순손실을 보기도 했다. 그 여파로 2022∼2023년엔 2만7000명을 감원하며 위기설이 돌았다.
만약 아마존이 쇼핑몰에서 멈췄다면, 지금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였거나 문을 닫았을지도 모른다. 아마존은 2006년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내놨는데, 오늘날 아마존의 현금창출원이다. AWS의 2023년 3분기 영업이익은 160억달러로 현재 아마존의 영업이익의 74%를 차지한다.
현재 온라인 쇼핑 사업의 정체를 AWS가 메꾸며 아마존의 주가는 빠르게 오르는 중이다. 올해 1분기 AWS 매출은 292억달러로 전년 보다 17% 올랐고, 영업이익률은 39.5%를 기록했다.
아마존 기업공개 당시와 비교하면 베이조스의 재산은 주가 상승에 힘입어 1000배 늘었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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