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협상, 에이전트랑 했습니다”···농구에는 에이전트 제도가 없는데?

2025-04-15

“에이전트가 등장한 사실을 알고 계세요?”

최근 마감된 여자프로농구(WKBL)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구단들은 상당한 혼란을 겪었다. 올해 FA 자격을 취득한 9명 중 일부 선수가 에이전트를 앞세워 협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WKBL은 아직 국내 선수 대상으로는 에이전트 제도를 공식 도입하지 않았다.

한 구단 사무국장은 “우리 선수가 갑자기 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다고 통보해 깜짝 놀랐다”면서 “처음에는 광고 등을 책임지는 (연예인 같은) 매니지먼트 계약인 줄 알았는데 협상을 대리하는 에이전트였다. 리그에 구단들도 모르는 새 변화가 생긴 것인지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여자프로농구에는 에이전트 제도가 없는데, 마치 프로축구와 프로야구처럼 에이전트가 등장해 협상 테이블에 나온 것이다. 남자프로농구(KBL)에 먼저 등장했던 한 에이전시가 올해 WKBL에서도 일부 FA 선수와 계약을 맺고 협상까지 참여했다. 이 에이전시에는 남·녀 농구 선수들만 고객으로 소개돼 있다. WKBL 관계자는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긋고 “해당 에이전시는 대표가 변호사인 특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WKBL 규약 제76조(대리인 등)는 ‘구단의 선수 계약에 관하여는 변호사, 법정대리인 이외의 어떠한 사람도 대리인의 역할을 담당할 수 없으며 직·간접적으로 계약 협의에 관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역으로 해석하면 변호사 자격증이 있으면 선수 계약에 대리인으로 나설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각 구단이 문의해오자 WKBL은 이 규약에 의거해 답변한 상태다.

그러나 에이전트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리그에 에이전시가 등장해 활동하는 것은 리그 계약 질서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에이전트와 마주하리라고 전혀 예상 못했던 구단들은 실제로 협상에서 상당히 진땀을 흘렸다고 입을 모은다. 선수의 이적으로 샐러리캡(연봉 14억원·수당 2억 80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이상 초과분이 인정되지 않는 WKBL의 환경까지 겹치면서 적잖은 진통이 따랐다.

농구계에서는 이 참에 에이전트 제도를 제대로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이를 대리인으로 인정하는 것과 스포츠 에이전트 자격 기준을 제대로 적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계약 과정에 대리인이 등장하면서 종목의 정서와 구단-선수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법적 혹은 비즈니스 논리로만 접근하다 오히려 양 측 감정이 틀어지고 계약이 파탄에 이르는 사례는 프로축구와 프로야구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여자농구 역시 대리인이 등장해 이미 계약에 관여한 이상, 연맹이 주체가 되어 질서를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차라리 공식적으로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해 종목 특성에 걸맞는 자격 제도를 두는 것이 명확히 할 수 있는 방법이다. 프로축구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에이전트 자격을 직접 관리하고 있고, 프로야구는 프로야구선수협회 공인시험을 통과해야 에이전트로 활동할 수 있다.

먼저 이런 상황을 겪은 KBL은 국제농구연맹(FIBA) 공인 에이전트 시험을 통과해 자격증을 소지했거나 변호사인 경우 대리인으로서 활동을 인정하고 있다. 에이전트 제도를 공식화하지 않은 것은 WKBL과 같지만, 계약 대리인으로 리그에서 활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 제한은 두고 있는 것이다.

다만 에이전트 제도를 두지 않았는데 에이전트들이 활동하다보니 KBL 역시 혼란을 겪고 있다. 소프트 샐러리캡과 에이전트들의 등장이 맞물리면서 ‘FA 선수는 평균 1득점에 1억원’이라는 불만이 나올 정도로 몸값이 치솟고 있다. KBL은 현황 파악을 위해 지난 11일 각 구단에 ‘에이전트와 계약한 선수가 있는지, 그 에이전트가 FIBA 자격증 혹은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KBL은 내년부터는 국내 선수도 외국인선수처럼, 에이전트가 협상을 대리했을 경우에는 에이전트의 사인도 계약서에 첨부하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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