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지사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지난 2일(한국시각) 독일에서 비공개로 회동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두 사람은 야권의 차기 대권후보군이자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1심 선고를 앞둔 시점에 두 사람이 만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경기도는 이날 기자단 공지를 통해 “김 지사가 독일 출장 중에 현지에 체류 중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회동했다”며 “당초 계획에 없던 자연스러운 만남이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지난달 27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오스트리아·네덜란드·독일을 방문했는데, 출장 마지막 날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방문을 마친 뒤 김 전 지사를 만났다. 배석자는 없었다고 한다.
2일 회동에서 두 사람은 주로 현 정국에 대한 우려를 주고 받았다고 한다. 김 지사를 잘 아는 민주당 전직 의원은 “탄핵국면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과 향후 정국에 대한 얘기가 주로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같이 일한 만큼 자연스럽게 민주당 당내 상황에 대해서도 말씀을 나누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지사 측 관계자도 “축구선수 두 명이 만나면 당연히 축구 얘기를 하듯 (정치 관련) 대화를 하지 않았겠냐”고 전했다. 김 지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냈고, 김 전 지사도 비슷한 시기에 국회의원(경남 김해을)과 경남지사로 활동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15일)및 위증교사(25일) 선고를 앞둔 시점에 두 사람이 만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갑론을박 중이다. 이 대표의 ‘일극 체제’가 확실하게 자리 잡은 상황에서, 비명계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두 사람이 친문(문재인)계 타이틀을 고리로 연대할 수 있어서다.
김 지사는 경기도에 친문계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 8월 26일에는 전해철 전 의원을 도정자문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이달 5일에는 비명계 고영인·윤준호 전 의원을 경제부지사와 정무수석에 각각 임명했다.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조만간 행정부지사도 친문계 인사로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선 전 이 대표와 대립각을 점점 세우는 포지셔닝을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지사는 비명계 원외 모임인 초일회와 올해 안에 만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두 사람의 회동에 대해 ‘재명이네 마을’ 등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대표가 없으면 실권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웃기다. 정신 차리세요”라거나 “당원들은 당신들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등의 비판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당에선 “1심 선고가 어떤 식으로 나오든 이 대표 리더십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도부 관계자는 “선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오히려 이게 결집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김동연과 김경수는 낮은 인지도라는 한계가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