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트럼프 2기] 글로벌 불확실성 …긴 호흡으로 정책기조 변화 검토

2025-01-19

금융시장 변동성 주의보

행정명령, 주식시장 운명 좌우

연준 금리 결정 방향성도 관심

과거 사례선 취임식 이후 상승

국내 증시에도 ‘변동성 주의보’

환율 1450원대로 안정세 보여

취임 직후 금리 하단 또한 제한

단기적으로 1500원 넘을 수도

선반영된 불안 심리에 안도감도

금융당국, 시나리오별 계획 마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을 맞아 국내 금융시장은 커질 수 있는 정책 불확실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일 공식 취임 직후에 쏟아질 행정명령들이 금융시장을 휘감을 주요 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의 단기적인 추세와 달러화의 향방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할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인플레이션,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에 좌우될 전망이다.

한동안 약세를 보이던 비트코인이 다시 강세로 돌아선 배경에도 트럼프가 있다. 취임 후 주요 위험자산이 대규모 랠리를 재개할지 여부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가중되는 정치적 혼란에 트럼프발(發) 글로벌 불확실성까지 덮치자 주가·금리·환율 등 대외 부문에서 예상치 못한 충격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 글로벌 불확실성은 장기간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긴 호흡에서의 정책 기조 변화도 검토가 필수적이다.

◇트럼프 취임, 뉴욕 증시 호재될까

이번 주 뉴욕 증시를 뒤흔들 최대 재료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다. 20일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내놓을 발언과 행동, 행정명령이 주식시장의 운명을 가를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방향성에 얼마나 영향을 줄 지 살펴봐야 한다.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을 미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에도 세간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 입장에선 지난주에도 트럼프 효과를 봤다. 트럼프는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 통화로 주식시장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이번 주에는 연준의 방향성에 영향을 줄 경제지표 발표는 없는 만큼 트럼프 당선인의 언행과 행정부가 내놓을 명령이 고스란히 주식시장 흐름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사례를 봤을 때 미국 주식시장은 새 대통령 취임식 이후 상승하긴 했다. 미국 투자은행(IB) 제프리스가 지난 1929년부터 취합한 데이터를 토대로 쓴 보고서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취임식을 기점으로 6개월 후에 약 8.3%, 12개월 후에는 약 9.5% 상승했다. 제프리스는 “일반적으로 취임식 전후로는 울퉁불퉁하지만 몇 달이 지나면 상황이 개선된다”고 평가했다.

◇국내 증시, 호재·악재 뒤섞여…트럼프 2기 출범에 변동성 주의보

이번 주 증시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맞아 변동성 주의보가 내려졌다. 앞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첫날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부과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할 경우 단기적으로 주가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 환율이 1천450원대로 내려와 다소 안정세에 들었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전망도 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금리 상단이 제한됐지만 트럼프 취임 직후 불확실성이 금리 하단 또한 제한하고 있다”며 “2월까지는 추세적 자금 유입보다는 변동성이 큰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보편 관세도 실제로는 물가 여파를 줄이기 위해 점진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보도와 함께 취임 직후 행정명령이 관세보다는 국경과 이민자 추방 등 국내 정책 위주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8일 뉴욕 증시도 새 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 트럼프 당선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통화에 따른 양국 갈등 완화 전망에 따라 일제히 상승했다.

시장이 선반영한 불안 심리가 트럼프 취임 이후 되레 불확실성 완화나 안도심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 전망치를 2천440~2천570으로 제시했다.

지난주 국내 증시는 불안한 금융 환경을 둘러싼 경제 지표들이 엇갈리게 나타났는데도 상승 흐름을 보였다. 이번 주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 외부 변동 요인이 코스피·코스닥 지수 상단을 제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코스피는 전주 대비 7.77포인트(0.30%) 오른 2,523.55를 기록하며 4주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해 6월 첫째 주부터 5주 연속 상승한 이후 6개월 만에 최장 기록이다. 코스닥 지수는 전주 대비 6.80포인트(0.94%) 오른 724.69로 3주 연속 상승했다.

◇관세發 강달러 우려…외환시장 ‘살얼음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외환시장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지난해 11월 1천400원 부근에서 횡보하던 원·달러 환율이 1천500원을 넘보는 수준까지 치솟은 데는 대내외 상황이 뒤섞여 작용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 상승 폭 가운데 50원가량은 글로벌 강달러 요인, 나머지 20~30원은 비상계엄 사태 충격으로 각각 분석하기도 했다.

탄핵정국의 정치 불안이 확대되는 현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가 관세장벽 높이기에 속도를 낼 경우 원·달러 환율의 추가적인 상승 압력이 불가피해진다. 단기적으로 1천500원대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변동성 확대 역시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보편관세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면서 달러 강세를 이끄는 요인이지만 정작 트럼프 당선인은 약달러 정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모순적인 정책 조합 탓에 달러화의 변동성이 증폭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1985년 플라자합의와 같은 일명 ‘마러라고 합의’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거론된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취임식을 하면서 트럼프의 입에서 어떤 발언이 나올지 감을 잡을 수 없다 보니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있는 상황”이라며 “하방보다는 상방 압력이 7대 3, 8대 2 정도로 더 높아 보인다”고 했다.

고금리와 강달러는 한 몸이다. 달러 패권을 쥔 미국의 고금리는 글로벌 시장의 자금을 흔드는 역할을 한다. 전통적으로 미국채 10년물 금리와 달러인덱스(DXY)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

하지만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앞세운 트럼프 당선인은 달러 약세를 원한다. 그의 계획대로라면 강달러를 용인해야 하는데 임기 동안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지가 불투명하다.

◇금융시장 변동성 ‘시계제로’…당국, 안정화 조치 재점검

금융당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금융시장 충격에 대비한 비상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하고 금융회사 외화 유동성, 기업의 우발채무 등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11월 트럼프 당선 이후 ‘트럼프 트레이드’ 영향으로 주가와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보였던 만큼 취임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시장 흔들림이 과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국은 시장 변동성 확대에 경각심을 갖고 불안 확산 시 안정을 위해 적시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더욱 강화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 유출이 급격하게 일어난다면 유동성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보면서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동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금융회사의 외화자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취임 직후부터 선거 공약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시장 충격이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올 수 있다”면서 “경각심을 갖고 시장 움직임을 살피며 필요한 대책을 적기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약보합 비트코인, 트럼프 2기 ‘최대 수혜 자산’ 될까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친(親) 가상화폐’ 기조를 표방해온 트럼프 당선인이 가상화폐 규제 완화를 취임 첫날 행정명령에 포함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다보니 가상자산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가상화폐 업계는 트럼프 당선인 취임 후 100일 동안 비트코인의 전략적 비축, 가상화폐 자문위원회 신설 등을 실현하는 행정명령을 위해 로비를 벌여왔다. 이와 관련된 조치가 첫날 행정명령에 포함될지 관심이 모인다.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은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트럼프 당선 이후 본격적인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해 지난해 12월 17일 10만8천달러대까지 치솟았다가 이달 들어 8만9천달러대까지 내려앉았다. 최고점을 돌파한 후 조정 장세로 접어든 양상이다.

전반적인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이 8만달러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에는 미국 새 행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감이 선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 출범 이후 기대만큼 규제가 풀리지 않을 땐 크게 오르지 않거나 되레 하락세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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