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에게 물어봐’, 왜 ‘우주’였나

2024-12-18

18일 서울 신도림 디큐브시티에서 열린 tvN 새 주말극 ‘별들에게 물어봐’ 제작발표회의 대부분은 ‘제작진과 배우들이 얼마나 고생을 했는가’에 대한 설명으로 채워졌다.

박신우PD와 출연 배우들의 설명은 어중간한 각오로는 들을 수 없었다. 일단 촬영 기간만 16부작임에도 1년을 꼬박 넘겼다. 실제 촬영 당시의 제작비는 보통 드라마의 3~4배, CG(컴퓨터그래픽) 등 후반 작업에는 5배 정도의 예산이 소요됐다. 그렇게 500억원이 쓰였다.

무중력 공간을 구현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오피스물이라 할지라도 우주를 배경으로 한다. 무중력 공간을 구현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와이어를 이용하는 방법, CG로 일일이 만드는 방법 그리고 실제 무중력 공간이 있는 곳에서 촬영하는 방법이다.

제작진은 1안과 2안을 택했다. 와이어도 쓰고, CG도 썼지만 이른바 ‘크로마키’ 분장이라고 하는 초록색 쫄쫄이를 눈까지 덮은 액션 스태프들이 와이어에 넷, 배우에게 둘이 붙었다. 초반 이브 킴(공효진)이 우주왕복선을 타고 우주정거장까지 가는 출발 장면만 찍는데 2~3개월이 걸렸다.

제작진뿐 아니라 배우들도 2023년 4월 촬영이 끝났는데 2025년이나 2026년 공개를 생각할 정도로 광활한 분량의 편집이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의문이 하나 고개를 든다. 이들은 왜 이렇게 피와 땀, 눈물을 마다하지 않는 고생을 자처한 것인가.

단순히 오피스물이라고 한다면 다른 공간도 있을 터였다. 우주가 어렵다면 심해도 괜찮고, 하다못해 항공사나 공군 등 비행을 소재로 해도 될 법했다. 하지만 이들은 우주를 선택했다. 반드시 우주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렇기에 대본을 쓴 서숙향 작가도 “구현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공효진을 설득했고, 박신우PD도 “긴 작업을 위해 편하고 의지할 수 있는 배우들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박신우PD는 서숙향 작가의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서숙향 작가는 2010년 공효진을 앞세운 ‘파스타’로 인기를 얻었고, ‘미스코리아’ ‘질투의 화신’ ‘기름진 멜로’ 등을 썼다. ‘별들에게 물어봐’의 편성이 밀리면서 나중에 쓴 KBS2 주말극 ‘다리미 패밀리’가 현재 방송 중이다. 따라서 주말에는 서숙향 작가의 작품을 KBS2, tvN에서 연달아 볼 수 있다.

박PD는 “서 작가님이 오피스 드라마를 많이 쓰셨다. 그중에서도 자신의 일에 미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 드라마의 메시지를 다소 거칠게 요약한다면, 지구라는 곳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규범, 윤리, 법들의 묵직하고 중요한 것들과 한없이 하찮게 여겨지는 무의미한 것들이 있을 때 과연 지구라는 사회, 규범, 중력을 벗어나 모든 무게가 ‘0’가 되는 곳에서 과연 무거운 것이 무겁고, 가벼운 것이 가벼울까 생각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박PD는 “그런 부분을 찾아보며 감상하면 좋은 감상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브 킴 역의 공효진 역시 “작가님이 캐스팅을 하실 때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엄두가 안 나는 이야기 같기도 하다’고 하셨다. 당시에는 우주라고 하면 외계인, 충돌 등 어드벤처물을 생각했는데, 우주에서 사람이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공효진은 “우주에서 사는 사람들이 일과 사랑을 어떻게 하느냐. 어느 것이 중요하냐 생각하다. 결국 두 가지를 다 잘하는 이야기를 좋아하셔서 이번에도 그런 이야기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물론 우주를 소재로 하는 작품이니 기술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만, 결국 제작진은 우주라는 배경으로 굳이 옮겨간 이유에 대해 ‘기존 관습에서의 탈피’를 의도한 것이다.

500억 원대의 제작비, 이민호나 공효진 등 스타들의 캐스팅, 화려한 그림과 CG, 무중력 공간의 특이함도 있지만 결국 ‘별들에게 물어봐’는 우주에서 사람 사는 이야기를 지향한다. 그 균형을 온전하게 찾았을지는 결국 내년 1월4일 첫 방송의 뚜껑이 열려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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