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물산과 SK스퀘어를 상대로 기업 가치 제고를 요구했던 행동주의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Palliser Capital)이 리오틴토(RioTinto)를 상대로 영국 런던과 호주 거래소 이중상장 해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리오틴토는 영국계 호주 기업이자 글로벌 2위 광물기업이다. ‘서학개미’에게는 2차전지 핵심 원료인 리튬 생산기업으로 유명하다.
19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팰리서캐피탈은 런던과 호주 증시 모두 상장돼 있는 리오틴토에 런던 증시에서는 상장 폐지하고, 호주 단일 상장 체제 전환을 골자로 하는 주주제안을 내놨다. 또 독립적으로 이를 검토할 기관을 선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팰리서캐피탈은 리오틴토 주식 2억 5000만 달러(지분율 약 0.24%)를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팰리서캐피탈은 리오틴토가 이중 상장 구조를 유지하며 주주에게 약 500억 달러(72조 5800억 원)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한다. 근거로는 현 구조를 유지하며 인수합병(M&A)과 자본 조달이 어려워져 사업 개편이 늦춰졌고, 배당 효율성이 떨어져 주주에게 돌아갈 수익이 줄어든 점을 들고 있다. 리오틴토 라이벌 기업인 세계 1위 광물기업 BHP 역시 런던과 호주 증시 모두 상장돼 있었지만, 2022년 런던에서 상장 폐지를 결정하며 현재는 호주에만 상장돼 있다.
리오틴토는 반대 입장이다. 광물 산업을 벌이는 호주와 글로벌 투자자 유치를 위한 런던 증시에 모두 상장된 구조가 사업 시너지를 내는데 효과적이란 주장이다. 또 1995년부터 이어온 현 이중 상장 구조를 바꿀 경우 불확실성이 커지고, 런던 증시 상폐 과정에서 기업 가치 훼손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맞서는 중이다.
양측이 팽팽하게 대치하는 가운데, 결론은 다음달 3일(런던)과 5월1일(호주) 열릴 주주총회에서 나올 전망이다. 현재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팰리서 측 제안을 지지하며 주주에게 찬성 투표를 권고한 상황이다.
팰리서캐피탈은 국내에서도 유명한 엘리엇 투자운용의 홍콩 부문장을 지낸 제임스 스미스가 2021년 설립한 헤지펀드다. 운용자금은 10억 달러(약 1조 4500억 원) 이상이고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과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둔 SK그룹의 중간 지주사 SK스퀘어에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현재 팰리서캐피탈은 SK스퀘어 지분을 상당 부분 매각해 1% 미만으로 축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