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법무정책연구원, 설문조사 결과 분석
법률서비스에 인공지능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하는 리걸테크(Legal Tech)가 법조계의 핵심 화두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지만, IT강국이란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한국의 리걸테크 발달 정도는 여전히 걸음마단계라는 평가가 많다.
이런 가운데 한국형사 · 법무정책연구원의 박학모 공로연구위원 등 연구진이 변호사, 판사, 검사, 로스쿨 교수, 로스쿨 학생 등 법조의 여러 집단으로 나눠 리걸테크에 대한 인식 및 수요를 조사, 분석한 "리걸테크에 대한 법조계 인식조사 및 교육방안 연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설문조사는 2024년 9월 한 달 간 온라인 설문 조사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수는 총 707명, 변호사 283명, 로스쿨 학생 183명, 로스쿨 교수 118명, 검사 101명, 판사 22명이다. 형사 · 법무정책연구원의 박중욱 부연구위원, 김보경 초빙연구원과 박찬웅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손지영 서울대 법학연구소 교수가 연구에 함께 참여했다.
변호사 283명 응답
변호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변호사 중 약 80%에 달하는 인원이 판례검색 등 법률정보조사 관련 리걸테크가 가장 도입이 빠르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하였다. 78.4%의 선택을 받았다. 이어 법률사무 관리 31.4%, 법률문서 자동생성 27.9%, 변호사 검색 25.8%, 법률분석 · 통계 25.1%의 순서이나, 법률사무 관리 등 법률정보조사 외의 분야들은 법률정보조사와 45% 이상의 현저한 비중 차이를 보이며 실제 도입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예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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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걸테크의 유형별 필요성 조사에서도, 76%의 변호사가 법률정보조사를 가장 필요한 리걸테크 유형으로 응답하였으며, 가장 필요성이 낮은 리걸테크 유형은 약 7% 의 응답만을 획득한 변호사 검색이다. 변호사 검색은 도입 전망 응답은 25.8%인데 비해 필요성은 7.4%로, 도입 전망과 필요성 사이의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법률정보조사 다음으로는 법률 분석 및 통계(42.0%)가 두 번째로 많은 '필요하다'는 응답을 받았다.
변호사 집단이 생각하는 리걸테크가 필요한 이유는 주로 법률서비스 개선과 관련된 영역에 집중되어 있다. '법률정보 비대칭 해소 통한 국민의 사법접근권 개선', '기술 기반 법률정보를 통한 국민의 사법불신 해소', '업무생산성 제고를 통한 법률서비스 비용 감소', '고도화된 기술 적용에 따른 법률서비스 품질 개선', '업무효율성 제고에 따른 신속한 소송 진행에 기여' 등 지문으로 제시된 모든 항목에 걸쳐 전반적으로 긍정적 답변이 우세하며, 부정적 답변은 20% 미만에 불과했다. 5개 항목 중 사법접근권 개선 및 사법불신 개선에 대한 긍정적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게 나왔다.
'과도한 운영 비용', '리걸테크 관련 제도 미비', '리걸테크 시스템의 기술적 불안정성', '리걸테크 시스템의 불투명성', '개인정보 유출', '사법 · 법률서비스 시장 독과점' 등 리걸테크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변호사 집단의 약 70% 이상이 우려한다는 응답을 하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매우 우려한다는 비중이 높은 항목은 '개인정보 유출'과 '사법 · 법률서비스 시장 독과점' 문제였으며, 시장 독과점 문제에 대한 우려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보다 미세하게 적지만, 우려의 강도 차원에서는 약 5% 정도 '더 강한 우려'의 비중이 높다. 이와 관련, 연구진은 "변호사 집단이 법률서비스 시장의 독과점을 리걸테크가 가져올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바, 리걸테크 확대를 대비한 정책 마련에 있어서 이에 대한 정책대안이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예외적으로 '운용 인력 부족'에 대한 우려는 30% 미만으로 항목 중 유일하게 낙관적 응답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연구진은 "분야별 사용 경험을 보면, 변호사 등 모든 집단에서 법률정보조사 분야에서 리걸테크를 가장 많이 활용했고, 그 다음은 변호사 검색 분야로 나타났다"며 "아직까지 우리 법조계는 리걸테크 초기단계이며, 주로 정보검색 수준에서 리걸테크를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리걸테크 분야별 도입 예측에서도 대상 집단 모두 법률정보조사에서 리걸테크 도입이 가장 빠르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했는데, 다른 분야에서의 리걸테크 도입은 그리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고려하면, 국내에서는 단기간 내에 리걸테크가 정보검색을 넘어 다양한 분야의 활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